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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침만으로 노조 동의권 남용 막을 수 있겠나

정부가 단체협약에 따른 노조의 동의권 남용 등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수백~수천억원을 투자해 노후설비를 개선하려 해도, 주문량에 맞춰 생산라인별 인원을 재배치하려 해도 노조의 사전동의를 못 박은 단협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불상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개선 목소리가 높았지만 노사가 합의한 단협 개정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고질병 치료에 나서겠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노조의 동의권 남용 사례를 보자. 현대차는 3,000억원을 들여 울산 2ㆍ4공장의 설비개선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마쳤는데 노조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새 설비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인력 전환배치 등에 대해 노조의 사전동의를 구하도록 한 단협 규정을 근거로 노조는 사측의 설명회조차 거부하는 등 갑(甲)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회사가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전환배치하겠다고 제안하는데도 쇠귀에 경 읽기다. 노동강도가 세지거나 특근수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사안을 일일이 법원으로 끌고 가는 것은 비용ㆍ시간 측면에서 엄청난 불경제를 초래한다. 노사관계도 부담스럽다. 법원은 노조가 노사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인원 전환배치 등을 막무가내로 반대할 경우 권리남용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사전동의를 명시한 단협 조항은 대개 정리해고 열풍이 불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유행처럼 확산됐다. 법률이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경영진은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의 협조를 얻으려고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는 경영효율 저하와 해외생산 확대로 귀결됐다.

노조의 동의권 남용은 단협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노동조합법과 노조의 파업권에서 나온다. 정부는 노조의 동의권 남용에 대해서는 감독 대상 부당노동행위에서 면제하고 임단협 지침 등을 통해 경영계에 단협 개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파업 찬반투표시 대리투표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주변 여건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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