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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지분율 전쟁' 예상되는데… 한국, AIIB지분 협상카드가 없다

전략적 모호성 유지하느라 한중FTA 적극 활용 못해

위안화 대출·직거래시장 등 중국에 손벌릴 일만 남아

"우리의 의사 관철할 수 있게 많은 직원 파견해야" 지적도


정부가 국익을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내 지분율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소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준인 5%는 넘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40개국의 치열한 '지분 전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유력 협상 카드가 사실상 소진됐다는 지적이다. 주요2개국(G2·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바람에 지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카드를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AIIB 지분율이 국내총생산(GDP) 등을 고려하면 아시아개발은행(ADB) 내 한국 지분(5%)과 비슷할 것이지만 실제 영향력 발휘를 위해서는 이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유화 자본시장 연구원은 "각국의 예상 지분율과 외교적 성향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지분율 5%로는 부족하다"며 "적어도 7% 이상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물밑 협상으로 지분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 오히려 중국에 손을 벌릴 일뿐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에 쌓인 위안화를 중국 내 특정 지역에 대출해주는 위안화 직접대출이다. 정부는 위안화 허브를 추진하면서 국내에 들어온 위안화를 중국 산둥성·동북3성 등 특정 지역에 진출한 한국·중국 기업 및 국제 프로젝트에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위안화를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환류 시스템'을 만들어야 위안화 허브로 가는 길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왕양 부총리는 "한국에 기회를 주면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문을 열어줘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도 마찬가지. 현재 시장은 한국에만 개설돼 있다. 정부는 중국 상하이에 원·위안화 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상대국에도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원화의 국제화 수준이 극히 미미해 중국이 쉽사리 받아주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자 애초에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중 FTA 협상에서는 중국이 몸이 달아 빨리 타결하자는 입장이었다"며 "이때 우리가 AIIB 가입시 높은 지분율을 보장해달라라는 식의 요구를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사안별로 접근하는 느낌"이라며 "큰 그림을 그리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분율 확보 못지않게 AIIB 내에 한국인 직원을 많이 파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ADB의 한국 지분은 5%인 데 반해 파견 인력은 2%에 불과하다"며 "AIIB 공식 출범까지 파견 인력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갈 텐데 이때 한국인 직원을 대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IB 가입국 중 한국은 유일한 비중화권 금융선진국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 의사를 관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분율이 높다고 우리 기업의 인프라 투자 기회가 저절로 높아지지는 않는다"며 "실제 자금투입까지 여러 절차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드는 세부 협상력이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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