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세계 경제 부양을 위해 모든 노력을 취하자"고 합의해 기존의 긴축 일변도에서 성장 쪽으로 급선회할 조짐을 보여줬다. 하지만 "위기 해법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문구도 삽입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겨우 봉합한 갈등이 사태 전개에 따라 언제든 터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최종적인 해결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재정협약ㆍ유로본드 둘러싸고 정면충돌 전망=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는 성장 동력 방안으로는 ▦100억유로 규모의 유럽투자은행(EIB) 기금 확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보증하는 일명 '프로젝트 채권' 도입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방안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어렵지 않게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올랑드 대통령이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는 유로본드(유럽연합(EU)이 발행하는 채권) 도입과 신재정협약 재개정이다.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메르켈 총리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기는 하지만 당장 산적한 내부 문제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독일의 결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독일의 최대 우군에서 반대파로 돌아선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당장'유로본드'를 도입하자고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23일 EU 특별정상회담에서 유로본드 도입을 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유로본드가 실현되면 그리스나 이탈리아ㆍ스페인의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역내 위기를 진정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경우 역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채권 발행액의 상당수를 보증하게 되는 부담을 지게 돼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는 섣불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다만 그동안 유로본드 도입을 완강히 반대해온 메르켈 총리는 최근 유럽 재정통합이 이뤄진 뒤 논의해보자며 한결 유화적인 제스처를 나타내고 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와 관련해 "다음달 초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가 정상회담을 갖고 재정위기 해결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23일 EU 특별 정상회담과 3국 회담 등을 통해 각종 성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신재정협약을 놓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본드 도입에는 마지못해 동의하더라도 신재정협약과 같은 긴축 정책에 관해서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게 메르켈의 기본 입장이다.
WSJ 역시 메르켈 총리가 핵심적인 부분을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이날 분석했다. 유럽 위기 속에서도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독일 국민은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경기부양 정책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최근 의회 연설에서 "또다시 빚을 끌어다 쓰는 재정 완화 정책을 택할 경우 우리는 위기 초입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유럽 문제에 대한 해법 도출이 지연되는 사이 그리스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해 '엑시트(exitㆍ탈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CB는 이 시나리오를 통해 그리스가 탈퇴할 경우 방화벽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스 뱅크런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마저 점점 그리스 탈퇴를 눈앞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당장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물론 모든 수출입이 정지돼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30%까지 급감할 것"이라며 "동시에 유로존 GDP도 추가 3%까지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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