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 받던 국내 신발산업을 '돈되는 명품산업'으로 키워<BR>등산화 부문 세계 15위·아시아선 1위, 조만간 글로벌 톱 브랜드 도약 부푼꿈<BR>치매 예방·온도 자동조절 제품 개발 중… 인재들 신발회사 지원 기피 안타까워
| 트렉스타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모델들이 인체공학 기술을 접목한 워킹화인 '네스핏'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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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칠(56ㆍ사진) 트렉스타 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신발 맨'으로 통한다. 후진국형 사업 분야로 평가절하됐던 국내 신발산업을 '돈 되는 명품산업'으로 한 단계 높인 주인공이다.
트렉스타는 전세계 등산화 신발 부문에서 15위, 아시아에서는 1위 기업이다. 국내서는 두말할 것 없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런 권 사장이지만 본래는 신발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예 신발 회사 같은 곳에서 일할 생각조차 없었다.
지난 1982년 동아대 경제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권 사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충분했다. 어느 날 지역 신문에 난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우연히 접한 권 사장은 아무 생각 없이 원서를 냈다. '아식스' 브랜드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하던 세원이라는 회사로 당시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
권 사장은 입사원서를 내면서도 이 회사가 일종의 무역회사인 줄 알았다.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신발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권 사장은 합격은 했지만 입사 여부를 고민했다.
"고민을 했는데 결론은 입사였어요. 당시 신발 관련 자료를 찾다 예전부터 유럽에서는 신발이 신분을 대신하는 중요한 용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신발을 통해 뭔가 이뤄낼 수 있겠구나 하는 강한 느낌을 받았죠."
세원에서 6년간 신발에 대한 열정을 키워 나가던 권 사장은 우연한 기회에 자기 사업의 기회를 잡았다. 1987년 외국계 신발 제조기업인 하이텍이 권 사장에게 사업을 권유했다. 현재 아웃도어 시장에서 세계 2위를 마크하고 있는 하이텍은 당시 국내서는 1년에 3만 켤레를 제조하는 중급 신발업체로 판매를 담당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몸담고 있던 세원에서는 1년에 100만 켤레를 만들었죠. 3만 켤레는 비교가 안 돼 거절했더니 하이텍에서 30만달러를 사업자금으로 건네주면서 강권하다시피 했죠."
하이텍이 거금을 건네면서까지 사업을 권유한 것은 권 사장의 성실성은 물론 신발에 대한 애정과 감각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때 설립한 회사가 동호실업이다.
권 사장은 이왕 업체를 경영하기로 한 것인 만큼 열심히 운영했고 실적은 불과 몇 년 만에 3만 켤레에서 30만 켤레까지 올랐다. 이 회사가 현 트렉스타의 전신이다.
권 사장은 이후 세계를 누비며 트렉스타 홍보에 나섰다. 그는 "외국의 전시회에 한번 참가하면 제반 경비가 보통 1억~2억원이 들어갑니다. 사업 초창기 1억원 이상을 들여 전시회를 열고 4일 만에 부스를 뜯고 나갈 때는 피눈물이 났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큰 돈을 들여 트렉스타 알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막상 한국의 작은 업체가 만든 신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낮았다. 전세계 수백 여개의 신발 업체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15년 이상을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면서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다고 봅니다. 세계 유명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해 마케팅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통 있고 뿌리 있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트렉스타는 요즘 '네스핏'이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데도 네스핏 출시가 큰 역할을 했다.
권 사장은 "어느날 문득 신발의 디자인만 생각했지 발의 편안함과 건강함을 생각한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트렉스타도 외형적인 부분에 치우쳐 신발을 제조했고 발 자체에 대한 고민은 적었다"고 털어놓았다.
신발의 역사는 10만년이나 됐다. 선사시대 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해 유럽과 아시아로 옮겨왔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신발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신발은 발을 보호하기보다는 신분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돼왔다. 중세시대만 하더라도 귀족들의 신발을 신겨주는 하인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상인들이 돈을 벌었다고 가죽신발을 신고 다니면 치도곤을 당하곤 했다.
권 사장이 발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프랑스 축구 선수인 티에리 앙리를 만난 후다.
그는 "언젠가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팀의 공격수인 앙리 선수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새 신발을 신고 경기를 뛰지 않았다"며 "앙리는 2주간 신발에 길을 들이고 발이 편하게 된 다음에야 그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앙리를 만난 뒤 곧바로 발이 편안한 신발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애프터서비스로 들어온 제품을 일일이 검토해봤다. 신발 모양이 변형된 경우가 많았다. 발이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2만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했다. 사람마다 모두 발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발이 편한 신발 개발에 성공했다. 이것이 네스핏 브랜드다.
권 사장은 "네스핏은 발의 보호와 편안함, 건강함을 극대화한 신발"이라면서 "모양은 좀 이상할 수 있지만 발은 최고로 편하다"라고 자부했다.
권 사장은 네스핏 브랜드까지 내면서 트렉스타를 아시아 최고의 아웃도어 슈즈 브랜드로 키웠다. 그런 그에게 지금 가장 어려운 일은 인재 확보다.
"신발을 사양산업ㆍ3D업종ㆍ굴뚝산업 등으로 표현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신발산업은 성장산업으로 대우를 받습니다. 외국에서는 신발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면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발산업을 유명 브랜드의 OEM 제조 공장 정도로 착각하고 있죠."
권 사장의 말대로 신발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이미지 탓에 아직도 인재들이 신발회사에 지원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권 사장은 "영업, 해외 마케팅, 디자인 등 전부서에서 인재가 부족하다"며 "자동차 디자인 모집에는 앞다퉈 지원하면서 신발 디자인 모집에는 지원자가 별로 없어 큰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권 사장은 국내 신발산업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신발산업은 기획ㆍ디자인ㆍ생산준비ㆍ제조ㆍ마케팅ㆍ애프터서비스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모든 단계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신발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대단하며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발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여기는 것은 신발을 제조에만 국한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산업 중 제조의 비중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기획과 디자인이다.
권 사장은 "국내 인건비가 높다 보니 신발 제조 공장을 중국ㆍ인도네시아 등지에 세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는 신발 제조에 필요한 손을 빌리는 것일 뿐"이라며 "기획과 디자인에 치중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트렉스타는 올해 글로벌 톱 10을 거쳐 조만간 베스트 톱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세웠다.
권 사장은 "페이스북ㆍ구글ㆍMS 등의 회사들은 세상이 깜작 놀랄 만한 기술 개발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 성장해왔다"며 "트렉스타 역시 새로운 기술로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렉스타는 올해 손을 대지 않고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복숭아뼈 근처의 혈을 자극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성 신발도 개발하고 있으며 신발 내 온도와 습기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신발도 계획하고 있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글로벌 톱으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권동칠 사장은
◇약력 ▦1955년 경북 예천 ▦1982년 동아대 졸업 ▦1982~1988년 ㈜세원 무역부 ▦1988년 동호실업 설립 ▦1997년 트렉스타 설립 ▦2009년 부산 상공회의소 제20대 상공의원 ▦2010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디자인경영부문 대통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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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과 가장 가까운 신발"… 2만명 발 데이터 연구
●신개념 워킹화 '네스핏' 은
트렉스타는 지난해 자체 보유한 최고의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신개념 워킹화인 네스핏(nesTFIT)을 내놓았다.
네스핏은 2만명의 발 데이터를 연구해 인간의 맨발과 가장 가까운 신발을 목표로 개발됐다. 관절과 근육이 편하도록 설계됐으며 독특한 디자인과 공법, 밑창의 세 가지 특허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네스핏은 인체공학적 기술과 신발의 디자인이 결합된 친인간적 기능성 제품이다. 발 26개의 뼈와 33개의 관절 모습과 똑같이 입체적으로 제작된 신골(신발을 만드는 틀)로 신발을 만들었다. 신발의 안창과 밑창ㆍ바닥창이 발의 굴곡대로 밀착되게 만들어져 착용감이 우수하다. 신발산업진흥센터 연구에 따르면 네스핏 기술로 만든 신발은 보행시 받는 압력의 23%, 근육 피로도의 31%를 감소시켜 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렉스타는 네스핏 기술을 적용해 야외활동에 적합한 트레일 컴포트화, 가벼운 산행에 좋은 트레킹화, 도심 여행시 신는 트래블화, 암벽화, 등산화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트렉스타의 한 관계자는 "네스핏은 트렉스타가 보유한 2만명의 발 모양 샘플을 바탕으로 가장 평균적인 발 모양을 찾아내 누구나 편하게 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로 만든 제품은 지난 2009 국제스포츠용품박람회(ISPO)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미국 라이프 전문 저널인 맨스저널(Man's Journal)의 '올해의 장비(Gear of the year)'에 선정됐으며 스페인 ABC뉴스의 'TOP 10 트레일슈즈'로 선정되는 등의 평가를 받았다.
올해에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전문 저널인 백페커(Backpacker magazine)로부터 올해 최고의 아웃도어 장비로 인정받는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 2011)'에 선정됐다. 아웃도어 업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트렉스타는 네스핏을 앞세워 미주와 유럽ㆍ아시아 등 전세계 20개국에 진출해 있다.
권동칠 트렉스타 사장은 "미주와 유럽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올해 수출비중을 매출의 40%로 늘려나가겠다"며 "올해 매출도 1억2,500만달러를 달성해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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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고 가볍고 시원한 경등산화" 기능은 유지하며 무게는 반으로
●트렉스타는
트렉스타는 외국에서 네스핏을 비롯, 창조적인 신발 제품을 내놓는 아시아 아웃도어 시장의 대표 주자로 각인돼 있다.
트렉스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메시 소재 경등산화다. 지난 1980년대에는 무겁고 딱딱하며 통풍도 안 되는 통가죽 등산화가 대세였다. 당연히 등산화는 통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트렉스타는 1982년 통가죽 대신 운동화에 쓰던 메시 소재를 적용한 등산화를 내놓았다. 바로 경등산화다. 이 제품은 기존 등산화의 모든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것이 장점이었다. 무게도 290g 내외로 기존 통가죽 등산화(600~700g)에 비해 절반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통가죽 등산화에 비해 튼튼해 보이지 못해 처음에는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이후 산악인들이 호기심으로 한번 착용해보고는 '편하고 가볍고 시원한 등산화'라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경등산화로 옮겨갔다.
지금은 트렉스타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이 경등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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