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미국의 한 신문에는 "피델이 내 딸을 능욕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제보자는 20살 밖에 안 된 자신의 딸 마리타가 카스트로 사령관에게 납치당하고 성폭행을 당한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마리타는 피델과 사랑에 빠졌으며 임신 5개월 반에 접어들어선 그의 강요로 임신중절수술까지 받았다고 알려졌다. 결국 카스트로의 수많은 여자 중 한 명으로 전락한 마리타에게 미국 CIA는 200만 달러를 건네며 암살을 종용했지만 그녀는 그를 죽이지 못했다.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후 마리타에게 (상황이 허락한다면) 그를 죽일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녀는 "그를 죽여야 할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었겠어요. 절대로 하지 못했을 거예요. 나는 살인자가 아니에요. 나는 피델을 사랑했어요."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가 위험을 무릅쓰며 독재자의 아내, 연인, 아들, 딸, 친구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독재자의 숨겨진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혹은 살았던 6명의 독재자들을 사랑했던 여인들의 흔적을 따라 대장정을 펼쳤다. 쿠바(피델 카스트로), 이라크(사담 후세인), 이란(호메이니), 아프가니스탄(오사마 빈 라덴)을 거쳐 유고슬라비아(슬로비단 밀로셰비치)와 북한(김정일)까지 찾았다.
작가는 세계 안보를 위협하고 지정학적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잔혹한 정치를 펼친 인물을 선택, 그들 스스로가 사람들에게 심어놓은 잔인하고 냉혹한 이미지 이면에 숨은 감정적인 면을 재조명하는 데 역점을 뒀다. 로맨틱하고 관능적인 내용의 시를 쓰며 정치보다 우위에 있는 진정한 주인은 '사랑'이라고 말한 이란의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며 여성 편력을 보였던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은막의 스타이자 유부녀였던 성혜림에게 품었던 연정도 소개된다. 김일성 전 주석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성혜림과 묵기 위해 오락실과 음악 감상실, 대형 수족관 등을 갖춘 '중성동 15호 관저'를 마련했던 뒷얘기 등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지난 해 미군에 의해 사살된 오사바 빈 라덴은 일부다처제를 좋은 방향으로 실천하겠다는 결심 하에 4명의 아내를 두었으며 "네 번 결혼하면 완벽한 삶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작가답게 독재자들의 내밀한 삶을 실감나게 그려주고 그 동안 역사 속에 등장하지 않은 숨은 연인들의 현재의 삶까지 재조명하면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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