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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신화의 ‘정점’으로 꼽힌 2005년 사이언스 게재 논문이 황 교수의 지시에 의한 조작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과학계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 및 원천기술 보유 여부는 아직 조사위원회의 검증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결과발표에 따라 ‘마지막 희망’의 폐기 혹은 유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23일 서울대 조사위는 황 교수의 논문조작에 대해 “과학의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 행위”라고 천명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논문이 투고될 당시 황 교수팀이 가진 줄기세포는 불과 2개에 그친데다 논문의 DNA분석 데이터, 테라토마 형성 데이터 등이 도저히 실수에 의한 오류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 원천기술을 보유했는지와 무관하게 이 사실만으로도 묵과될 수 없는 과오가 있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윤리 논란이 일었던 난자 개수 역시 황 교수팀이 의도적으로 불렸을 가능성도 불거졌다. 이날 노정혜 연구처장은 “연구에 사용한 난자의 개수가 사이언스 게재 논문에 보고한 것보다는 많았다”며 추가 조사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개수는 환자 맞춤형 기술인 만큼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원천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확인돼야 하는 부분. 황 교수는 지난 5월 사이언스 논문에서는 난자 185개로 31개의 배반포기 배아를 복제하고 여기서 11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혀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노성일 이사장이 2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제공된 난자가 900여개를 넘어선다면 연구성과의 상용화가 크게 떨어지면서 줄기세포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연구성과는 무의미한 것이 된다. 이번 결과에 따라 황 교수는 학자로서나 학문적으로나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게 됐다. 비록 본인 스스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수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 과학계의 위상이 땅에 곤두박질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논문 조작은 학계 퇴출은 물론 지원 연구자금을 모두 물어야 하는 과오라는 점이 근거다. 한편 조사위는 핵심쟁점인 맞춤형 줄기세포 존재 여부에 대한 DNA분석을 의뢰한 한편 과거 연구성과인 2004년 논문과 스너피 등에 대한 검증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한국 생명공학계가 침몰하느냐, 부활의 씨앗을 발견하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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