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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염치없는 사회

흔히 한국에서는 주행속도제한은 물론 교통신호를 밥 먹듯 무시하다가도 미국에 가면 모범 운전자가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신호를 무시했다가는 예외없이 300달러짜리 딱지를 떼이기 때문이다. 법을 어겼다간 가혹한 처벌을 피할 길이 없다. 미국 사람들이 서로 다투다 해결점을 찾지 못할 때 흔히 하는 말이 ‘고소하겠다(sue)’는 것이다. 만약 자신에게 잘못 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 말이 나오자마자 여지없이 꼬리를 내린다. 사실 이상적인 사회라면 법이 아니라 개개인이 도덕에 따라 스스로를 통제 해야 한다. 하지만 도덕에 의한 통제는 법치(法治)보다도 어렵다. 그래서미국은 법치를 강조한다. 모든 사람들이 염치를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법치를 사회질서 유지수단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치도 염치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고서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교통법규를 어기고도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단속 경관을 폭행하거 나 파출소에서 기물을 부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이런 파렴치한 모습은 공인(公人)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여당 대표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공개된 직후 “제 언급으로 오해와 불편함이 있었다면 깊이 사죄 드린다”고 사과 했다. 그는 거듭 사죄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만 최초의 사과 발언을 뜯 어 보면 과연 그에게 진정한 사죄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진솔하게 사과하면 될 것을 ‘오해와 불편함이 있었다면’식의 가정법을 쓴다. 마치 ‘나는 잘못한 게 없는 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사과 한 마디를 내뱉는다’는 의미로 들린다. 대다수 정치인들의 사과가 이런 식이다. 한 공영방송은 악의적인 편집 방영으로 물의를 빚었다. 오히려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통해 편집 방영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이것도 모자라 인터뷰 조작까지 일삼을 정도로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맹자는 사단설(四端說)에서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라 고 했다. 결국 맹자의 기준대로라면 사람 같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법을 우습게 아는 것도 염치를 아는 마음이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을 저질러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잘못을 법으로 제재해도 반발하는 일이 벌어진다. 염치를 잃으면 진정한 사회발전 도 공염불로 그칠 수 밖에 없다. /timothy@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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