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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젖은 낙엽

채수종 산업부 차장 sjchae@sed.co.kr

“‘젖은 낙엽’처럼 살아라.”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젖은 낙엽은 한때 회자되던 복지부동(腹地不動ㆍ꼼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나 복지안동(腹地眼動ㆍ꼼짝않고 눈만 움직인다는 의미)과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이는 직장생활을 하려면 인간의 자존심은 물론 생명체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아더메치유(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고, 유치)해도 젖은 낙엽처럼 그대로 자리에 붙어있으라는 말이다. 직장생활은 올라가는 것(승진)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업들도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젖은 낙엽 전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제 탄력이 떨어져 있어 당장 움직이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이익이 나도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돈을 그대로 쌓아놓고 있다. 안개가 걷히고 앞길이 훤하게 보일 때까지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경제는 마치 비맞은 아스팔트에 달라붙어 있는 젖은 낙엽과 같은 모습이다. 생동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니 경제를 살려보려는 처방들이 모두 부작용만 생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수출이 버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들어 수출이 고갯길을 오르는 증기기관차처럼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내수가 무너진 상태에서 한쪽 발로 1년여를 뛰어왔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정부가 급해졌다. 재계를 상대로 한편으로는 위기를 부풀리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를 살려내라고 호통(?)치고 있다. 정부는 젖은 낙엽(경제위기)을 쓸기내기 위해 기업들에 빗자루질(기업투자 및 고용)을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대통령과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직접 재계 총수들과 경제단체장을 만나 빗자루질을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 재계는 정부와 코드를 맞춰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를 살리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정부의 서슬에 기업들이 속내를 밝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 빗자루질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젖은 낙엽을 쓸어내려면 먼저 햇볕(규제해제)과 바람(노사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빗자루질이다. 길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들은 ‘젖은 낙엽’을 쓰는 방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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