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총생산(GDP) 산출 방식을 변경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지난해 5월 출범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 체제의 친시장·친기업 정책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인도 통계청은 이번 회계연도(2014.4~2015.3) 자국 GDP 성장률이 7.4%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과 같은 수치이며 지난해 4·4분기(2014.10~12)만 놓고 보면 인도는 7.5%를 기록해 7.3%에 그친 중국을 앞질렀다.
이로써 인도는 "향후 2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던 지난달 세계은행(WB)의 기대를 조기에 달성한 셈이 됐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인도의 성장률이 6.5%를 기록해 6.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인도 통계청은 중국과의 비교에 대해 "중국 경제는 인도보다 몇 배 이상 크다"며 "우리는 미인선발대회를 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사실 이번에 나온 인도의 성장률이 크게 높아진 데는 이달 초 공개된 새로운 GDP 집계 방식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인도 당국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기존 '요소비용(factor cost)' 대신 '시장가격(market price)'으로 GDP 산출 기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또 GDP 산정의 기준시점도 2004년에서 2011년으로 바꿨다. 이렇게 바뀐 새 집계방식에 따르면 4.7%를 기록했던 2013년 성장률은 6.9%로 2.2%포인트나 오르게 된다. 반대로 이번에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7.4%)을 과거 방식으로 계산하면 5.5%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측정방식과는 별개로 친시장·친기업을 뼈대로 한 이른바 '모디 개혁'의 성과가 '주저앉은 코끼리'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인도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인도 회사들은 지난해 4·4분기 640억달러(약 69조7,2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는 4년 만의 최대라고 WSJ는 전했다. 또 투자자들은 인도 금융시장에 올 들어서만도 7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모디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산업생산이나 무역수지·세금징수 등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이번 GDP 수치 발표는 향후 인도 경제정책 집행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특히 경기부양차 1월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인도 중앙은행(RBI)에 대해 시장의 추가 인하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라구람 라잔 RBI 총재가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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