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벤처바람 다시 일으키자

벤처 창업은 몇년 전 미국 나스닥 시장의 폭등을 신호탄으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벤처기업 4만개 육성정책이 시행되고 코스닥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경기침체와 주식투자로 인한 개인파산 등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벤처기업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벤처기업은 아직도 투자자를 속이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가는 떠나고 정부의 의지는 식었으며 젊은 공학도들은 벤처기업 창업의 꿈을 접는 듯하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자. 5년 전 우리는 벤처기업이 우리의 희망이라 생각하지 않았던가. 일본은 규정을 답답하리만치 잘 지키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하나하나의 공정을 정확히 수행해야 하는 제조업의 특성에 잘 들어맞아 지난 70~80년대 제조업 시대에 그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 우리는 손재주가 뛰어나고 발명에 재간이 있는 민족이다.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쓸고 체력보다는 섬세한 손재간이 필요한 운동경기를 잘한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보여주신 발명의 재간이 우리의 피 속에 흐르고 있다. 화급하지만 역동적이어서 외환위기와 월드컵을 우리 방식으로 치러내지 않았던가. 앞으로의 산업은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빠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우리의 국민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딱 맞아떨어진다. 이제 한국의 벤처기업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우리의 경쟁력으로 삼자. 매일 암울한 현실을 토하는 요즘이지만 우리는 타민족이 흉내낼 수 없는 우수한 잠재력이 있음을 상기하자. 청년실업, 중소기업 인력난, 이공계 기피 등 우리 젊은이들의 문제는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일련의 현상은 그들이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적당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성취의 장으로서 일자리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단순히 경기침체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청년실업, 이공계 기피 등의 문제는 선순환으로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제 잊혀진 벤처기업 육성의 꿈을 다시 살려야 한다. 이공계 학생에게 소규모 과제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투자의 실효성이 크다. 1,000만~2,000만원의 자금은 몇몇 학생들이 모여 밤새워 그들이 `하고 싶은` 과제에 몰두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과제를 잘 수행하면 조금 더 지원하자. 1~2%밖에 안되는 성공확률이지만 이렇게 해서 성공한 벤처기업은 10년 후 수백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선배가 걸었던 길은 후배들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지침서가 된다. 젊은이가 몰두했던 기술과 열정은 성공 여부를 떠나 사회 어딘가에서 사용되게 마련이다. 하나도 버림 없이 쓰이는 돈이다. 기득권층의 나눠 먹기식 예산분배를 지금 젊은 이공계 학생에게로 돌리자.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려 청년실업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노력은 실효성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어떤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그 문제는 훗날 더 큰 숙제로 돌아올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는 끝이 없고 너무 많이 쌓인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런 상태가 아닌가 싶다. 바둑에서 `어려우면 손을 빼라`는 말이 있다. 어려울수록 한 발 물러서 선순환의 해법을 찾고 문제를 정석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석으로 푸는 방법은 언제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길게 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통감하는 것은 모든 과제는 정확한 기획을 바탕으로 정석대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이공계 학생에게 투자하자. 이것은 투자가 아니고 저축이다. 이들이 밤새워 일할 때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우리의 희망이며 이들이 갈고 닦은 기술로 우리는 미래에 먹고살 수 있다. 당장은 4만개의 벤처기업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10년간은 정부가 나서서 믿음을 가지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경험을 쌓은 투자자들이 그 다음을 책임질 것이다. 벤처 육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마 벤처비리라는 단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이 단어는 쓰지 말자. 비리는 앞으로도 있을 수 있지만 `구더기`가 생기더라도 내년을 위해 `장`을 담가야 하지 않겠는가. <차기철(바이오스페이스 대표이사)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