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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中企도 ‘굿바이 코리아’
입력2003-09-18 00:00:00
수정
2003.09.18 00:00:00
서정명 기자
중소 제조업체들의 `한국 땅 탈출`이 현실화하고 있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사업하기가 불가능하다며 한국 땅을 버리고 너도나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이전 신발, 가구, 조립부품 등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집약 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핵심장비, 연구개발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산업마저 한국 땅을 등지고 해외로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5일근무제, 고용허가제 등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중소 제조업체들의 `굿바이 코리아`는 생존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들이 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면서 나타나는 산업공동화는 실업문제를 야기하고, 서비스업종으로 유휴인력이 유입되고,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가속도 붙은 굿바이 코리아=중소 제조업체의 38% 가량이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했거나 앞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중 61%가 1~2년 이내에 실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2005년에는 중소기업들의 해외이전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완구업체인 L사의 K사장은 “주5일근무와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며 “생산라인을 말레이지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제조업체들은 해외이전 대상국가로 중국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계획 업체의 73.9%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이라고 답했고 동남아(17.4%)와 미국(1.7%)이 뒤를 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기술 분야가 해외로 빠져 나간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단순조립과 가공분야가 해외로 나갔지만 앞으로는 고부가제품과 연구개발 기지도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체들의 업종전환도 잇따라=중소 제조업체의 25.9%가 타업종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인건비와 인력난,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등 제조업을 옥죄는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서 제조업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업종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의 39.2%가 서비스업을 선호했으며 이어 물류ㆍ유통(21.6%), 도ㆍ소매업(16.5%), 기타(14.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규모나 업종, 업력 구분없이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어 산업불균형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실제 중소 제조업체의 54.7%가 향후 4~5년 이내에 산업공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생산기지의 해외이전과 산업공동화로 국내 경기의 장기침체(35.5%)를 가장 우려했으며 실업문제(24.3%), 생산과 소득감소(20.5%), 기술공동화(13.9%) 등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답했다.
반원익 주차설비조합 이사장은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손을 놓고 있을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제조업체들은 우리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고비용저효율 산업구조(31.4%)를 꼽았으며, 대립적 노사관계(25.5%), 제조업 기피현상(20.2%), 내수침체 지속(16.8%) 등을 지적했다. 또 인력난(21.7%)을 최대 경영애로사항으로 꼽았으며 내수부진(15.0%), 자금난(14.7%), 납품단가인하(12.7%), 고임금(12.3%) 등을 지적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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