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에 입주해 있는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은 연간 수백억원대의 임대료를 농협중앙회에 지불하고 있다. 가뜩이나 저조한 실적에 시름하는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고액의 임대료에 허리가 휠 정도다.
농협은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당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자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사 건물 3개를 모두 중앙회 소유로 책정했다. 본사에 입주해 있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세입자'인 셈이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인력 85명은 농협중앙회 본관 건물 5층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농협은행 본점 인력 약 1,150명은 2010년에 신축한 21층 규모의 신관 건물 중 18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임대료는 월 1억원, 농협은행은 월 20억원이다. 연간 기준으로 252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임대료가 여타 금융지주사들에 비해 고액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계열사인 은행 건물에 더부살이를 하며 임대료를 내고 있다. 임대료는 주변시세보다는 저렴하게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 입주해 있는 신한금융지주는 전체 20층 중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한 층당 대략 8,000만원의 임대료를 은행에 지급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건물 1개 층과 하나은행 별관 건물인 하나HSBC생명빌딩 6개 층에 입주해 있다. 월 임대료는 1억5,000만원이다.
KB금융지주는 아예 은행 측에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 국민은행 서울 명동 본점 13층 건물 중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KB금융은 명동 주변시세에 따라 3.3㎡ 당 1,000만원 수준에서 보증금을 책정, 전세로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의 일부 관계자들은 높은 임대료에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수익센터라는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실적 부문에서 아쉬운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센터'라는 역할과 '5대 금융지주 위상 확립'이라는 목적 사이에서 적절하게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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