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그리스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층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6일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한 계단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3월13일 그리스에 대한 평가를 갱신할 예정이며 그리스의 대외자금 조달이 더 악화되는 등의 상황에 이른다면 신용등급을 추가로 더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신용등급 강등 배경에 대해 "그리스 은행들과 경제 분야의 유동성 제약으로 (지난달 집권한) 새 정부가 (구제) 금융 프로그램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시한이 더 단축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채협상 지연은 그리스 예금인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그리스 정부가 자본통제를 하거나 최종 대부자(유럽중앙은행)로부터 자금지원이 끊기고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니콜라스 이코노미데스 교수도 "그리스의 사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채권자인) 유로존이 수개월간 그리스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재정난에 처한 그리스로서는 매우 끔찍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네덜란드 재무장관)은 6일 그리스가 요청한 단기 금융지원 방안을 거절했다. 이달과 3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정부 채무는 각각 27억4,800만유로, 61억6,400만유로에 달한다. 따라서 채권단 등의 저리 금융지원이 끊길 경우 그리스는 채무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다음달 그리스의 정부 재정이 바닥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자금압박으로 궁지에 몰리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8일 오후7시 각료들을 소집해 대응방안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앞으로 3년6개월 동안의 정책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제금융이 중단되더라도 6월 말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조달 방안도 함께 공개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한편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6일 60.540으로 마감돼 전일(62.385) 대비 3% 가까이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일 대비 0.34%(60.59포인트) 떨어진 1만7,824.29에 장을 마치는 등 그리스발 악재로 시장은 위축된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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