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사용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석유ㆍ가스보다 생산단가가 2.5배 비싼 전기가 난방용 에너지원으로 선호되는 판이다. 전력 과소비를 막으려면 왜곡된 요금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다만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부작용 최소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주택용 전력량 요금 누진제 개편이 특히 그렇다.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에어컨 때문에 전력사용이 50% 늘었는데 요금은 3배가량 뛰었다” “누진구간이 2~5단계인 미국ㆍ일본ㆍ대만 등은 kWh당 요금격차가 2.4배 이하인데 우리나라는 6단계에 최대 11.7배나 된다”고 항의한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손볼 사안은 아니다. 저소득층이 아닌 1~2인 가구가 현행 6단계 누진제의 최대 수혜자라서 고쳐야 한다면 그에 부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당초 누진구간을 3~4단계로, 최대 요금격차를 4∼8배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층 요금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의 부담은 줄어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누진제 구간 수를 줄이면 전체 전기 소비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정부는 요금체계를 손보더라도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ㆍ대만ㆍ호주처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높은 누진율을 적용하는 방식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 요금폭탄을 구실로 누진제의 근간을 흔들거나 올해 초 인상된 전기요금을 편법 인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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