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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동차 보험] <3> 절실한 인프라 개혁

병원선 진료수가 높은 自保환자 선호… 손보사는 물주<br>입원기준, 법적 강제성 없어 가이드라인 그쳐<br>입원율 日의 10배… 과잉진료로 보험료 줄줄<br>진료수가 일원화 검토 등 견고한 시스템 필요

지난해 8월, ‘나이롱 환자’들을 무더기로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서울 강북의 D한의원의 건물 창문에 ‘입원실 운영’ , ‘교통사고 입원치료’ 광고가 붙어 있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모여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서울경제DB


진료수가는 정비수가와 함께 자동차보험 인프라의 양대 축이다.

보험료에 자를 대고 높다 낮다를 아무리 외쳐봐야 줄줄 새는 구멍을 방치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실제 대부분의 보험사들도 보험료 산정체계 개편보다 진료수가와 정비수가 정비를 개혁 1순위로 꼽고 있다. 특히 진료수가는 의료계와의 이해관계 충돌로 해법마련이 더디고 굴절되는 양상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일반 진료수가에 가산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낮춰 일원화하는 한편 경상환자 입원기준을 고시로 만들고 건강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 청구심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가운데 관철된 것은 심평원 심사 정도다. 경상환자 입원기준 고시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후퇴해 실효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큰 틀에서 보면 최근 진료수가와 관련된 정비가 부쩍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과잉진료를 막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대형병원 등 종합병원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건강보험 진료수가보다 더 높고 통제에 빈틈이 많아 과잉진료도 빈번하다"며 "이런 문제점을 손보지 않으면 자동차보험의 근본적 개혁은 요원하다"고 꼬집었다.

◇병원의 물주가 돼버린 보험사=자동차보험에서 나가는 지급 보험금 중 물적 사고(차량수리비 등) 비용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나머지 40%가 바로 치료비, 사망보장금, 일을 못하게 돼 지급하는 실업급여 등으로 구성된 인적 사고에 배분된다.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치료비가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보험 내에도 급여와 비급여가 있다.

다른 점이라면 통상 급여는 정부(건강보험)가 지원하는 의료비용이지만 차사고로 인한 비용은 급여라도 자동차보험에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보험의 급여 진료수가가 건강보험 진료수가에 15%가 더 붙는다는 점이다. 손상이 다발적이고 후유증이 크다는 이유로 같은 치료를 받아도 청구되는 비용이 더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비급여는 자동차보험의 25% 내외다. 봉합ㆍ초음파 등 흔한 진료와 새로운 기술에 따른 신기술 진료 등이 다 비급여로 들어간다. 병원에서 부풀려 청구하는 진료비가 많은 영역이 바로 비급여 분야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자동차보험을 통한 환자는 병원 입장에서 돈줄이 될 수밖에 없다.

환자의 입원율을 보면 정부가 대는 건강보험의 경우 ▦대퇴부골절 57.3% ▦경추염좌(목삠) 2.4% ▦뇌진탕 8.4%이지만 자동차보험은 ▦대퇴부골절 93.2% ▦경추염좌 79.2% ▦뇌진탕 88.3% 등에 이른다. 작게는 1.6배, 크게는 33배나 입원율이 높다.



해외와 비교해서도 국내 자동차 사고 입원율은 일본의 10배나 된다. 병원들이 낮은 진료수가로 돈이 안 되는 건강보험 환자보다는 자동차보험 환자에게 과잉진료를 유도한다는 혐의를 두기에 충분하다. 흡사 보험사가 짊어진 꽃가마에 병원이 올라탄 형국이다.

◇심평원 심사는 성과, 입원기준 가이드라인은 미흡=지난 2010년 말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입원기준 고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가벼운 부상에도 장기간 입원하는 문제 등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잘만 하면 자동차보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는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쳐 고시를 가이드라인으로 낮췄다. 고시는 법적 권한을 갖지만 가이드라인은 자율적으로 지키되 어길 경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자 정부는 올 7월부터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하던 진료비 청구심사를 건강심사평가원이 직접 챙기도록 했다. 심평원이 보험사보다 심사평가 체계가 잘 잡혀 있고 심사평가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성과로 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의 송윤아 박사는 "입원기준이 가이드라인으로 바뀐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막 심평원이 진료비나 병원 입원일수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기 시작한 만큼 제도변경 전후로 달라진 모습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중형 손보사 사장은 "국토부는 이제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했으니 입원기준이 굳이 고시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쪽이지만 보험사의 입장은 다르다"며 "(심평원 심사가) 실시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만큼 좀 더 지켜본 뒤 효과가 미흡하다면 추후에 다시 고시를 추진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 견고히 구축해 누수 막아야=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가 더 높은 점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진료수가 일원화에 대해 차사고의 증상과 후유증이 일반사고와 달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높은 비급여 수가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의 진료수가가 사회보험이라 저평가됐을 뿐 과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같은 진료행위면 같은 비용을 무는 게 합리적이며 진료수가를 다르게 적용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한 중형 손보사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진료수가가 다른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며 "비급여에 대한 과도한 비용청구는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에 제재권 등 권한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병원을 심평원이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점이 보완돼야 과잉진료라는 병폐가 수그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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