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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2월 16일] 지지부진한 금융개혁 논의

사악한 투기꾼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금융위기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그리스 위기 때 투기자금은 그리스를 거세게 강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파생상품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가 금융상품으로서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 위기가 자국의 지나친 사회복지 지출만이 아니라 파생상품의 폐해 때문에 발생했다는 시각을 드러낸다. 투자은행과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가위기에 대비해 사들인 이 파생상품들은 그리스를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들였다. 거래 상대방의 신분과 손실위험(익스포저) 규모를 알기 어려운 장외 파생상품들은 이를 통해 채무상환 불능(디폴트) 위험을 더욱 가중시켰다. 라가르드 장관의 경고는 지난 2008년 단행한 주식 공매도 금지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수많은 나라들이 줄 이어 공매도를 금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금융규제가 또다시 벌어질 것을 두려워해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 강력한 금융규제 논의가 다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 시스템상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이 2008년 AIG사태 등 실제로 위기 사례를 초래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자들은 지난해 초부터 파생상품의 거래소와 청산소 설립을 논의해왔다. 투자자의 공시의무는 규제당국이 익스포저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지금까지 규제상의 맹점들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한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는 파생상품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그러나 금융위기 후에 파생상품 관리ㆍ감독 제도 도입에 늑장을 부려왔다. 라가르드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병의 증상만 치유하려 하지 병 자체를 고치려 하지는 않는다"며 금융개혁의 방향성과 속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채 CDS의 적절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기를 바란다. 금융개혁을 위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는데 먼저 앞서 나온 문제들부터 마무리를 짓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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