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I/O(개발자 대회) 2014'를 통해 스마트폰을 넘어 시계·TV·자동차 등에 이르는 '구글 월드'를 선언함에 따라 안드로이드 매개의 동반자였던 삼성전자·LG전자의 대구글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다소 거리를 두며 협력을 유지하려는 가운데 LG전자는 스마트워치, 스마트카, 3D 태블릿 등의 분야에서 구글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TV를 놓고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구글 등 3개 업체가 각기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와 구글은 앞으로 협력자이면서도 경쟁자라는 미묘한 관계로 어색한 동거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글 개발자 대회 결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굳건한 동반자 관계가 유지되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과 LG, 다소 다른 구글과의 협력 =이번 개발자 대회에서 LG전자는 구글과의 협력 분야를 더욱 넓혔다.
우선 LG전자는 구글이 주도하는 커넥티트 카 개발 연합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pen automotive Alliance·OAA)'에 참여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OAA에 동참하지 않았다. LG전자는 여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플랫폼을 적용한 '스마트워치'를 내놓기도 했다. 또 구글이 개발 중인 '3D 태블릿' 제조업체로 선정되는 등 예전보다 폭넓게 구글과의 협력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번 개발자 대회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플랫폼을 적용한 '스마트워치'를 공개하는 선에서 그쳐 대조를 이뤘다.
이 이면에는 삼성전자의 경우 인텔과 손잡고 독자적 OS인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탈안드로이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구글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해야 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스마트폰의 경우 안드로이드가 전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국내 제조사들이 구글과의 동반 관계를 당분간 깨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다른 제품군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삼성과 LG전자의 구글 전략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TV·저가폰 시장, 협력 아닌 경쟁=이런 가운데 스마트TV와 저가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구글 등 3자가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개발자 대회에서 구글은 소문으로만 돌던 안드로이드TV를 공개했다. 기존 실패라는 평가를 받던 구글TV와 달리 사용 편의성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휴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콘텐츠 분야에서는 유튜브·행아웃·구글플레이 등 구글 자체 서비스뿐 아니라 넷플릭스·훌루·판도라 등과도 제휴했다.
이로 인해 구글은 세계 1·2위 TV 사업자인 삼성전자·LG전자와 동맹군이 아닌 적군으로 스마트TV 시장에서 힘겨운 싸움에 나서야 한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부터 각각 독립 OS인 '타이젠'과 '웹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내놓으면 이미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류성일 KT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구글이 전면에 나서면서 스마트TV 시장에서의 '거실 전쟁'은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구글은 이번 개발자 대회에서 저가 스마트폰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와 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발자 대회에서 구글은 전 분야에서 '구글 제품'을 만들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며 "이 같은 구글의 움직임을 놓고 삼성과 LG가 각사 전략에 따라 미묘한 동거 관계를 유지한 것이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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