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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매너손'과 인터넷 마녀사냥


지난주 화제의 검색어는 단연 '매너손'이다. 한 여성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언급한 매너손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다음 아고라에는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원 지하철 내에선 남자들이 기도 자세를 취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글이 올라왔다. '예비약사'라는 누리꾼이 쓴 이 글은 남성들을 격분하게 했고 그를 비방하는 댓글만 수천개가 달렸다. 푸념조로 올린 글 하나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셈이다. 무심코 올린 이번 글은 언론에 포착되며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실제 그의 글을 살펴보면 우리 안의 뿌리 깊은 '남녀대립구도'를 자극할 먹음직스러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이 먹잇감을 한 언론매체에서 기사화했고 사안의 화제성을 눈치 챈 다른 매체에서도 받아쓰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고라에만 맴돌던 그의 글은 아고라를 모르던 사람들도 알게 될 만큼 널리 퍼졌다. 사건이 커지자 그는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누리꾼들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누리꾼들은 이번 사안으로 경솔한 생각을 가진 그와 그의 동조자를 꾸짖는 데는 성공했지만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될 듯하다. 자신의 글 또한 부지불식간에 기사화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이번 글은 다소 경솔하고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었지만 그에게 동조하는 입장도 꽤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주제였다. 물론 이러한 엄청난 비판을 예상하고 쓴 것도 아니었다. 2007년 인터넷 실명제 도입 당시, 사람들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며 이를 비판했다. 하지만 매너손 관련 사안을 보면 인터넷 실명제보다 무서운 것은 '흥행을 노린 기사화'와 그에 연계된 누리꾼들의 매서운 비판이다. 이제 누리꾼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타인에게 책잡히지 않는 주제로 논리정연하게 글을 써야 할 듯하다. 무심코 올린 글 때문에 인민재판을 당하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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