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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파업, 정당해야 한다

올해로 6ㆍ10 민주화 항쟁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87년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6월 항쟁은 30여년간 군부 독재 시대로 점철돼온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 더불어 사회 곳곳에서 억압돼왔던, 불가피하게 외면해야만 했던 다양한 욕구와 진실의 추구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은 물론 샐러리맨ㆍ근로자 등 국민 대부분이 독재의 불의와 부당함에 정정당당히 맞서 진실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그 것은 단계적으로 실천돼왔다. 대표적인 것은 노동운동이었다. 저임금과 비인간적 처우 등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 각 사업장에서는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쟁의 행위, 일명 ‘노동자 대투쟁’이 봇물처럼 터졌고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참된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더불어 노동조합 결성도 잇따랐다. 그렇게 사실상 제대로 시작된 노동운동은 20년 동안 민주노총의 합법화와 교원 및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복수노조 허용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덕분에 12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노동 분야의 선진화를 의미하는 ‘노사관계 모니터링 감시 대상’에서 졸업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 분야의 제도적 발전과는 달리 일부 노동조합 일원들의 투쟁 전략과 행위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듯하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반(反)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총파업 선언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절차적 합리성과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오직 파업 강행만 외치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의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당초 오는 19~2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5~29일 한미 FTA 저지와 산별교섭 성사를 위한 부분, 또는 전면 파업을 벌이기로 했던 것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찬반투표 없이 파업에 그냥 돌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미 TFA 저지를 파업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법의 파업규정 조건에 해당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명백한 불법 행위인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 FTA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평가받는 곳이 자동차산업임에도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한미 FTA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금속노조 소속 현대 등 자동차 4사 노조지부장(위원장)들이 투쟁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금속노조 집행부는 이를 외면한 채 그대로 파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노조원들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판단이다.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한 조합원(땡치리)의 목소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대중 속에 살아갈 수 있고 인정하는 파업을 할 수 있도록 지도부는 각성하고 또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들어 노사관계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다. 예년과 달리 코오롱 등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항구 무분규를 선언하는 등 춘투(春鬪) 대신 훈훈한 춘풍(春風)이 넘치는 노사관계가 형성돼왔다. 올들어 지난 1ㆍ4분기까지 노사분규가 12건에 불과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한미 FTA 투쟁이라는 민노총의 설득력 없고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정치파업 결정으로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의 결정은 그래서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정치 이슈에 대한 행위보다는 진정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지향해야 할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의무인 것이다. 6ㆍ10 민주항쟁 당시 노동자들이 진실과 정의를 향해 시민들과 함께 벌였던 투쟁의 고결한 가치마저도 불법적인 정치파업으로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법적 근거와 당위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파업 행위는 당연히 설득력도, 용납될 수도 없다. 파업은 무엇보다 노동자와 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법적 토대 위에서 정당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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