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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집트 사태서 얻는 교훈


이집트 카이로의 해방(타흐리르)광장은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호스니 무바라크의 철권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바로 그곳에서 이번에 다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끌어내리라는 함성이 솟구쳤다. 광장에서 시작됐던 무슬림형제단의 1년 권력은 그렇게 광장에서 무너졌다. 여전히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들은 카이로대 인근에 모여 시위를 지속하며 이번 사태를 비열한 쿠데타라고 비난한다. 반면 군부 및 자유주의 세력은 빠른 정치 일정을 제시하며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이 점차 격화돼가는 조짐을 보인다.

무르시 선거당선 자만 1년만에 퇴출

왜 이집트는 한 해 만에 이런 정치적 격변에 다시 처하게 된 것일까. 새날이 왔음을 환호하며 축제처럼 대선을 맞았던 이집트 국민은 왜 이렇게도 빨리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들게 됐을까.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사실 무르시 정부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집트 최초의 자유롭고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됐다는 사실은 정당성의 근원이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될 만큼 과정과 절차는 치열하면서도 공정했다. 그렇기에 무르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자유로운 선거를 통한 지도자라는 자부심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섬세하게 아우르며 조심조심 다뤘어야 할 다양한 정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도 무르시는 자신감을 얻을 만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지지는 든든한 배경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이슬람의 도도한 흐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며 중동의 안정화를 추구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나 앤 패터슨 주이집트 미국대사의 무르시 정부에 대한 호의는 익히 알려진 바였다. 정당성과 더불어 미국의 지원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획득한 무르시는 정작 이집트 내부에 귀를 기울이는 데 소홀했다.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미국이 자신을 지지하고 선거에서도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기에 이젠 내부적인 반발쯤은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더욱이 정교일치를 기반으로 하는 이슬람의 특성상 무르시는 어쩌면 선지자적 사명감으로 자신의 집권을 운명처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발언에서 그런 종교적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확신은 결국 무르시 정부의 독단으로 이어졌고 이집트 공화국은 곧 '국민의 공화국'이 아니라 '신정 공화국'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퍼져갔다.

국민 마음 얻어야 진정한 승리 가능

적지 않은 이집트의 자유주의 세력은 좌절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믿으며 열광하던 이들은 점차 회의에 빠져들었다. 해방광장에서 피를 흘리던 투쟁의 주역들 중 상당수는 보다 자유롭고 세속화된 나라를 꿈꾸며 싸웠었다. 그러나 어느새 무르시에 의해 헌법에 이슬람 성법의 가치들이 투영이 되고 종교적 보수화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조금씩 분노의 수위가 올라갔다. 여기에 늘 복귀의 타이밍을 살펴오던 군부가 개입하면서 또 한번의 정치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무르시의 실각은 종교적 자기 확신,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지지가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과도한 자신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자신감으로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행태가 이어졌고 결국 정권을 잃게 됐다. 어떤 정당성과 어떤 외부적 지지가 있더라도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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