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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홍콩] "시위 사태로 중국몽이 악몽될 수도"… 정치 시험대 선 시진핑

강경진압 땐 제2톈안먼 우려<br>시위대 요구 일부 수용하면 신장·티베트 등 분리주의 자극<br>렁춘잉 퇴진 현실화 가능성

"중국몽(中國夢·Chinese Dream)을 앞세운 시진핑에게 홍콩 시위는 '가장 무서운 악몽(惡夢)'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위크)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중 시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정치적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강경 진압에 나설 경우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비화할 수 있고 반대로 시위대의 요구에 일정 부분 타협한다면 신장·티베트의 분리주의를 더욱 자극하고 나아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원칙으로 통일을 추진하고 있는 대만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홍콩의 행정수반) 선거안에 대한 반발이 직접적 계기가 된 홍콩 시위는 10월1일 중국 국경절을 맞아 절정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위 세력들은 1일을 데드라인으로 삼은 채 현 량전잉 홍콩 행정장관의 퇴임 및 전인대 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전인대는 오는 2017년 직선제로 치러질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입후보 자격을 친중 성향이 압도적인 후보추천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2~3명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전인대의 결정이 시위를 촉발시켰지만 이번 사태의 보다 근본적 배경에는 지난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국화'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만 및 반발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을 넘겨받은 중국 본토 당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키 위해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이 최근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쏟아지던 상황에서 지난달의 전인대 발표가 홍콩인들의 불안감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오피니언을 통해 "이번 홍콩 시위는 민주화 개혁을 꿈꾸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 중앙 권력이 통제력을 잃었다는 점, 중국의 공산당 권력에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 1989년(톈안먼 사태) 당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질문은 민주주의를 향한 홍콩의 일보 전진이 허용될지 여부에 쏠려 있다"고 했지만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당장 '하나의 중국을 통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통치철학으로 내건 시 주석으로서는 홍콩의 상황이 신장·티베트 등에서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일국양제'를 뼈대로 하는 통일을 추진 중인 대만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지난 금요일 대만 친통일 세력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은 국가통일에 있어 확고한 원칙을 취하고 있다"며 "어떠한 분리주의 운동도 용인될 수 없다"고 피력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홍콩의 민주화 바람이 중국 본토 상륙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역시 시 주석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스터디타임즈의 에디터 출신이자 공산당 전문가인 덩위원은 "그들(중국 정부)은 홍콩을 중국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며 "그들이 우려하는 건 홍콩에서의 반응이 본토로 이어질 가능성"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 주석이 중국 본토에서의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던 기존의 방식처럼 강경 진압을 선택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인터넷 검열 및 언론 탄압 등 정부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은 영국 피지배 당시의 자유주의가 오래전부터 뿌리 내린 개방사회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손꼽히는 홍콩에서의 무력 진압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매우 큰 충격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더욱 중국으로 쏠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의 미래가 시진핑에게 달려 있지만 시진핑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위대의 요구 가운데 하나인 량전잉의 퇴진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인 보쉰은 30일 이 같은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로서는 홍콩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량 장관이 물러난다 해도 중국 정부로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것도 량 장관의 사퇴가 유력한 이유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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