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채권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이 일반 주식형펀드를 지속적으로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까지 겹치면서 채권가격 강세를 보임에 따라 두 유형 간의 수익률 격차는 연말로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리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겨냥한 안정적 투자성향의 자금이 채권혼합형펀드로 몰리고 있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2일 현재 국내 채권혼합형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평균 3.19%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 2.66%를 웃돌고 있다. 채권혼합형펀드는 일반적으로 설정액의 10~40% 수준에서 주식을 편입하고 나머지는 국채·공사채·통화안정채·회사채 등에 굴린다. 최근에는 증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대체로 주식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10%를 넘는 채권혼합형펀드도 속출하고 있다. 'NH-CA퇴직연금중소형주자1[채혼]' 펀드가 15.62%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미래에셋퇴직연금성장유망중소형주40자1(채혼)C (14.81%)' '동부바이오헬스케어30 1[채혼]C (13.86%)' '미래에셋퇴직연금가치주포커스40자1(채혼)C (12.5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연초 이후 채권혼합형펀드로의 자금유입액은 총 4조7,311억원에 달한다. 'KB가치배당40자(채혼)C' 펀드에는 1조2,853억원이 몰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퇴직연금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유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판매사들도 저금리 탓에 예금에서 펀드로 갈아타려는 투자자들에게 채권혼합형펀드를 주로 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혼합형펀드는 증시가 활황세일 때는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지만 지난 2013~2014년 때처럼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거나 하락세를 나타내면 수익률에서 주식형펀드를 앞질렀다. 주식투자 비중도 적은데다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했던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수익률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김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관리팀장은 "증시가 강세를 나타냈던 6월까지는 채권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이 주식투자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7월부터 증시 변동성이 커졌을 때 수익률 방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7월 이후 증시의 약세로 주식형펀드들의 수익률이 평균 7~8%포인트 정도 하락했지만 채권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의 강세도 수익성 향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1일 1.617%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고 10년물 금리는 연저점을 기록했던 4월과 비교하면 0.08%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등 채권금리는 전반적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채권혼합형펀드의 강세는 연말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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