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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3월 12일] 아무도 미국은 안 믿는다

작은 사회건 큰 사회건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가장 큰 접합물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공감대라고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것은 상대방의 의도에 대해 '인간적인 수준'의 믿음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급기야 독자적인 구제금융 지원기구인 유럽통화기금(EMFㆍ가칭)을 만들자는 초보적 합의에 이르렀다. 개별 국가 단위로 그리스를 지원할 경우 내부에서 터져나올 불만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정치적 계산, 자칫 손 놓고 있다가 유로존의 구성원인 그리스가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자본점령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이다. 조금씩 美에 등 돌리는 유로존 유로존은 이런 움직임을 펼치면서도 "IMF와 경쟁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유로권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는 식의 변명을 잊지 않았다. 노골적인 '반미, 반미국 자본'을 드러내다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을 십분 의식한 때문이다. 미국 또는 미국 자본을 믿지 못하겠다는 움직임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이나 남미 제3세계가 기축통화 달러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 패권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바로 '미국 및 미국 자본에 대한 불신'의 동의어이기도 하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인 후 현대 경제사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 벌경제는 항상 미국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국제무대에서 이뤄지는 환율이나 금리정책 등은 한두 단계의 논리사고를 거치면 어김없이 미국 또는 월가의 이해에 직접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미국에서 발생했고 미국에서 증폭된 리먼브러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세계 각국은 '달러에 묶여 있는' 각국 경제의 나약함ㆍ무기력함 등을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신흥국의 달러 보유가 지나치게 과도해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식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이 악착같이 달러를 쌓아놓으려는 이면에는 '달러카드'에 가급적 적게 흔들리겠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 국경의 의미가 줄어든 글로벌 시대라고 하면서도 세계 각국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든 진원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용이 기반이 돼야 생존하는 월가 금융계다. 이들은 신용보다 탐욕을 앞세웠고 미국은 오랜 기간 월가의 이익이나 탐욕을 '미국의 이익'과 동일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외환위기 때 경험했고 그리스가 현재 경험하는 월가의 '국가투기 놀음'은 미국 또는 미국 자본에 대한 불신의 벽만 잔뜩 높였다. "국경을 초월해 영업하는 은행자본을 적절히 통제하고 금융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범유럽 경제정부'가 필요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월가 탐욕이 미국 불신 자초 적절한 통제와 신속한 대응이라는 수사로 포장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이 말은 미국 또는 미국 자본을 믿을 수 없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동시에 모든 문제를 이웃에 의존하지 말고 가급적 스스로 해결해야 피해가 적다는 경험칙을 담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자신밖에 믿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 또는 미국 자본이 원하는 글로벌 시대를 추구하면 할수록 공동의 선을 향한 공동대응은 약해지고 개별무장을 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로 되돌아가는 모순된 양상이 펼쳐진다. 국가나 경제권 단위로 진행되는 거대한 갈등과 마찰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이 시대의 해법 역시 미국이 지니고 있다. 비록 미국이 투기적 세력, 월가의 탐욕에 재갈을 물리겠다고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불행하게도 쉽사리 성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월가의 탐욕에 대해 '적절한 통제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살아나지 않는 한 '아무도 미국을 믿지 못한다'는 국제사회의 지탄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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