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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정직이 최선의 정책


8년여 동안 골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뒤 지난 연말 퇴임한 프로골퍼 한연희씨를 최근 만났다. 재임 기간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김경태(26ㆍ신한금융그룹) 이야기를 꺼냈다.

김경태가 누군가. 최경주와 양용은을 이을 한국 남자골프의 대들보다. 지난 2010년 한국인 처음으로 일본 프로골프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골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던 선수라고 하면 좀더 설명이 쉬울 것 같다.

한연희 전 감독은 바로 그 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뒷얘기를 들려줬다. 줄거리는 이랬다.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던 12월11일. 남녀 개인ㆍ단체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린 골프 최종일 경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은 종합 3위에서 2위 일본을 추월하기 위해 금메달이 절실했다. 남자 에이스 김경태는 대만의 판청충에 13번홀까지 끌려갔다. 한국의 종합 2위 수성과 사상 첫 골프 전종목 석권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경기를 마친 김경태는 어쩐 일인지 경기위원에게 자신의 스코어가 3언더파 69타가 아닌 2언더파 70타라고 자진신고를 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첫 퍼트를 할 때 볼이 퍼터에 두 번 맞았다(일명 '투 터치')며 1타를 보탠 것. 다행히 모든 선수의 경기가 끝난 뒤 결과는 김경태의 단 1타 차 우승이었다. 금메달이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이었음에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정직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의 이런 진정성이 이후 프로 무대에서도 세계랭킹 24위의 대선수로 성장한 밑거름이 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야기의 울림이 더 컸던 것은 두 차례 선거를 앞둔 올해 벽두에 들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많은 인사들은 '당선만 되면, 집권만 하면 신명을 바쳐 일하리라'고 스스로에게 '하얀 거짓말'을 일삼는 것 같다. 이 하얀 거짓말은 과정은 무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유혹하는 묘한 힘이 있다. 종국에는 불성실했던 과정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 게 현실이다.

유권자 역시 착하고 충성된 일꾼을 가려 뽑는 지혜와 판단력이 필요하다. 당시 한 감독은 정직했던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승을 떠나 너는 진정한 챔피언이다"정직은 결국 평가를 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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