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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치기 소년' 청와대

뒤통수를 맞는 데 이골이 났다지만 이젠 정도가 너무 심해진 듯하다. 개각 소식이 흘러나온 지난 16일 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사실 확인에 앞서 또 한번 당했다는 생각에 불쾌감부터 맛봐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개각 구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이 불과 1주일 전이었는데…. “지금 단계에서 개각을 검토하고 있지도, 추진하고 있지도 않고 있다”면서 장광설까지 늘어 놓았던 청와대 아니었던가. 최근 개헌 발의 취소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도 이해하기 힘든 풍광이었다. 11일 오후. 문 실장은 정치권의 개헌 발의 유보 요청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8일 발의 유보 질문이 나오자 “우선은 그렇겠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발언의 약효는 하루도 가지 않았다. 12일 오전 득달같이 브리핑실을 찾은 윤승용 홍보수석겸 대변인은 “(언론이) 청와대의 흐름을 잘못 해석한 것” “오판” 등의 단어를 꺼내면서 정치권이 16일 오전까지 원포인트 개헌안을 포함해 당론화 하지 않으면 발의를 강행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기자들은 아무 소리 못하고 앵무새처럼 전달했지만 이번에도 보기 좋게 바보(?)가 됐다. 한나라당의 형식적인 의총이 있던 당일 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적 책무’라 했던 개헌을 제쳐둔 채 기념관 건립을 놓고 만찬을 하고 있었고 하루 만에 퇴각(발의 취소)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제공한 소식을 놓고 조변석개하는 신문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물론 정책을 펼치는 데 선의의 거짓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청와대의 모습은 심하게 표현해 ‘양치기 소년’에 비견될 정도다. 연초 사면 대상 인원을 엉뚱하게 얘기했다가 무더기 오보를 만들어낸 데서부터 시작해 한미 FTA 막판 협상 중 섣부르게 꺼낸 ‘선타결 후조문화’ 파동에 이르기까지…. 기념관 설립 제안 주체를 놓고 벌어지는 진실게임도 결국 청와대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생긴 일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청와대 출입 기자들 사이에는 이제 “홍보수석실 믿다가는 오보 내기 십상”이란 자조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줄곧 언론과의 ‘소통의 문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소통의 빈곤과 넘쳐나는 오보들에 노 대통령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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