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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국회 통과] 재계 반응은

"규제 등 현장의견 전달해야 하는데 냉수 떠놓고 공무원 만나란 말이냐"

대관업무 차질에 강한 불만

잠재적 범죄자 취급 우려에 표적수사 악용 가능성 높아

"접대요구 꼴보기 싫었는데…"… 일각선 '시원하다' 목소리도


김영란법과 관련, 재계에서는 특히 대관 이슈가 많은 규제업종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 등과의 정당한 만남까지 위축되면서 대외업무 자체에 타격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내수 침체 등의 부작용까지 예상된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3일 기업 관계자들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대관업무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대기업 대관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람을 만났는데 냉수 한 잔 떠놓고 대화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관계부처 공무원 등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기간산업인 에너지나 통신은 기업과 정부부처가 상호작용하며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필수"라며 "기업뿐만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도 김영란법이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대관팀은 각종 법안이나 규제와 관련, 정부에 업계와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공무원·국회의원들과의 만남이 잦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세종시에 담당부처가 있을 경우 세종시에 상주 사무소를 마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다. 한 대기업 대관팀장은 "김영란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를 떠나 첫 케이스로 적발되면 안 된다는 걱정이 많다"며 "대가성이 없어도 과태료를 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실제 적용 사례를 봐가며 조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김영란법 도입을 "기업 대외업무 관계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대기업의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며 "법이 적용되면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유업계 임원도 "기업의 대관담당자들과 공무원들이 함께하는 식사는 대부분 대가성이 아니라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물론 현안이 있어서 약속을 잡고 청탁까지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몇 달에 한 번 만나는 것까지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나 요식업종에서는 매출 감소에 대한 걱정 때문에 울상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상품권이나 선물세트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명절선물 수요 중 30~40%가량은 법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0만원대 이상의 생일선물·명절선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일대, 서초동 법원 인근 등의 음식점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업별, 재계 단체별로도 김영란법에 대응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시행 유예기간이 있어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친분보다도 팩트와 논리를 중심으로 대관정책을 수립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논란이 많았던 부정청탁의 구체적인 요건과 연좌제 조항은 수정됐지만 직무 관련성의 범위 등은 여전히 애매하다"며 "법리검토를 계속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표적수사'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과거에 10만원짜리 식사 접대를 받은 사실 등이 선거철의 정치적 공격이나 기업 표적수사에 악용될 수도 있다"며 "커다란 비리도, 본질적인 사안도 아닌데 특정 정치인이나 기업이 싸잡아서 문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대관담당자들은 '시원하다'는 반응도 보인다. 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각종 접대를 먼저 요구할 뿐만 아니라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물건까지 사달라는 공무원 '진상'은 솔직히 꼴 보기 싫었는데 지켜지느냐를 떠나 법적으로 선을 그어준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에서는 차제에 해외 선진국처럼 로비스트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는 "더 이상 음성적인 방법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차제에 로비스트법에 대한 합법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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