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제1차 에너지전략포럼 주제발표에서 저유가가 침체된 한국 경제에 단비이자 에너지 강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유가 하락으로 줄어든 생산비용을 신재생에너지와 첨단 에너지솔루션 구축, 신(新)기후변화 대책에 쏟아야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차관은 이날 '기후변화 시대, 에너지 산업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셰일오일 등장 이후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가속화, 원자력 등 전통 에너지원을 둘러싼 갈등 등 세 가지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우리는 변화의 시점을 정책적으로 잘 활용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차관은 최근 저유가로 국가 전체적인 산업·전력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5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의 기회를 잘 살리면 정부가 재정적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확장적 재정정책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최근 셰일오일 공급과 산유국의 증산으로 발발한 저유가는 북해 유전의 발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카르텔 붕괴로 원유 공급이 늘어나 낮은 유가가 지속했던 지난 1980년대 중반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당시처럼 상당 기간 저유가가 이어지면 산업과 에너지 생산비용이 줄어 투자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입액은 1,436억달러(160조원). 에너지 수입액 가운데 원유(950억달러)와 가스(366억달러)가 1,316억달러(146조원)에 이른다. 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 약 73조원, 30%만 떨어져도 45조원 규모의 비용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차관은 "우리나라 원유 수입액이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데 국제유가가 100달러에서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 산술적으로 약 40조~50조원을 국민경제가 향유할 수 있게 된다"며 "저유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 하락으로 줄어든 경제적 여력의 상당 부분을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 개발·확대 등 국가 전반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문 차관은 강조했다. 우리는 1980년대 중반 저유가 기회를 살려 천연가스 도입을 늘리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원유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했다. 이번에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마이크로그리드, 친환경에너지타운 구축 등 에너지솔루션 강화에 역량을 쏟아야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차관은 "앞으로는 에너지 산업은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차 등에 남은 배터리를 다시 전력회사에 되파는 등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공유경제로 나아갈 것"이라며 "소비자도 에너지를 파는 프로슈머(prosumer) 시대가 오면 마이크로그리드 등 에너지솔루션이 뛰어난 나라가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문 차관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며 국제사회가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도 이번 저유가 기회를 살려 신재생·친환경에너지 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차관은 원전 건설과 송전망 설치 등 에너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해결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전시설에 가해졌던 사이버테러같이 안전과 보안 미비로 국민적 불안을 일으키는 문제도 개선해야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취약계층이 전력 등 에너지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게 에너지복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문 차관은 "저유가가 미래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기회가 될 수 있게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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