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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얼굴 생략된 인체조각… 상상력 자극하네요

조각 거장 피노티 국내 첫 개인전

노벨로 피노티의 '내버려 두세요' /사진제공=서울미술관

목을 숨긴 채 엎드려 발만 내민 거북처럼 보인다. 그러나 등껍질은 몸을 뒤로 젖힌 벌거벗은 사람의 가슴이요, 삐죽 나온 발은 사람의 것이다. 이탈리아 베로나 출신의 조각 거장 노벨로 피노티(76)는 해변에서 모래무덤에 몸을 숨기고 손발을 꼼지락거리는 아이와 엄마를 보고 이 작품을 제작했다. 제목은 '환생'. 생(生)의 이치를 자연에서 찾고 이를 작업에 반영하는 피노티의 예술관을 압축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청동 조각은 지난 2004년 부산비엔날레 초청작으로 피노티와 한국의 첫 인연을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현대 조각계를 대표하는 피노티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한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지만 피노티는 1966년과 1984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이탈리아관 대표 작가로 참가했으며 1986년 만투아 궁전 회고전을 비롯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제단·외관 장식과 동상 제작 등에 참여한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다.

피노티의 작품세계는 추상과 구상이 뒤섞인 반(半)추상성으로 요약되는데, 인간 신체에 문학·신화·사회적 메시지 등 다층적 주제를 결합해 내는 데 탁월하다. 가로로 길게 뻗은 사각 기둥의 잘린 틈 사이사이에 손과 발, 여성의 가슴 등 신체 일부가 표현된 1965년작 '무제'는 전쟁에 신음하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집트 망자(亡者)의 신 아누비스를 사람의 하체와 결합시킨 '아누비스 습작', 건장한 남성의 신체와 아스파라거스를 접목한 '해부학적 식물', 다리를 꼰 늘씬한 각선미의 여인의 몸과 얼굴을 완전히 생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버려 두세요' 등 총 38점이 선보였다.



원로의 60년 작품세계가 장엄한 숭고미를 내뿜지만 자칫 고루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5월17일까지.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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