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빙 앤 조이] 그래도 필요한 논술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취재해봤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 이번 처럼 취재원들의 견해가 갈린 적은 드물었습니다. 논술의 이해 당사자인 교육부, 대학, 교사, 학생들의 생각은 각각 달랐지만, 그들의 생각은 나름대로 타당했습니다. 먼저 논술을 치르는 수험생과 교사들은 일류대로 분류되는 몇몇 대학의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복수의 제시문과 예문을 연결 지어 공통점을 찾는 식으로 독해 능력까지 동시에 테스트하는 논술 문제가 특히 까다롭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수험생들 중에는 중학교때부터 학원에서 논술을 공부한 학생도 있고, 그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유형의 문제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논술이 학생들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은 수능이 끝나고 나서부터 입니다. 수능을 보기 전 까지는 오로지 객관식 문제 풀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듯 합니다.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한가롭게 논술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교사는 없을 것 입니다. 게다가 여러 선생님들은 “요즘 학생들은 예전 보다 학원교습이나 과외 공부는 훨씬 많이 하지만 학력은 오히려 떨어진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복합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묻는 일류대학의 논술 문제가 쉬울 리 없습니다. 이들의 난감함이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은 또 달랐습니다. 본문 기사에도 쓴 것 처럼 서울대학교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서울대 논술 문제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며“모든 학생이 풀 수 있는 문제는 시험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본고사를 치르지 못하게 하는 상황 아래서 논술은 대학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그 여지 마저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것은 부당해 보였습니다. 다음은 채점과 배점의 공정성 문제입니다. 어느 대학이든 논술시험을 채점하려면 교수 여러 명이 각각 수백장의 답안을 채점하고 있습니다.대학은 이 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학생이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묻는 형식의 문제를 내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해 대학들이 고민하는 흔적들입니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생각은 무엇일까요. 교육부가 논술을 대학입시에 도입한 것은 논술을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함양하는 동시에 대학에 학생선발의 재량권을 일부나마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여러 선진국들은 대학입시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논술 시험을 치릅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2주 동안 진행되는 논술의 대장정이고, 미국의 ‘에세이’나 독일의 ‘아비투르’도 오랜 역사를 지켜온 시험들입니다. 이들이 이런 형태의 공부를 하는 동안 우리는 그저 객관식 시험점수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줄 세워 왔습니다. 논술을 도입한 교육부의 결단은 오히려 시기적으로 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첨예하게 맞부닥칠 뿐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정과 절충의 노력은 미흡해 보입니다. 논술에 골머리를 앓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눈에 띄여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시작한 취재였지만, 논술은 어렵다고 피해 갈 게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고, 다듬어서 잠재된 순기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