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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세제개편안-기업부문] 과표조정·성직자 과세 모두 빠져 용두사미로 끝난 소득세법 수술

세수 감소 후폭풍 우려 과표구간 상향 없던 일로<br>성직자 과세 근거 명시 슬그머니 연말로 미뤄<br>공언하던 비과세·감면 축소도 평년과 비슷한 수준 그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발표한 '2012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자평이다. 그가 지난 3월 공론화했던 소득세법 대수술 방침이 결국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다.

박 장관이 당시 밝혔던 소득세법 대수술의 양대 화두는 과세표준(과세대상 소득에서 각종 공제를 빼고 남은 금액) 구간 인상과 성직자 과세근거 마련이었는데 이번 개편안에서는 두 가지 모두 빠지고 말았다. 각각 엄청난 세수감소, 종교계의 관행이라는 후폭풍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과표는 1996년 말 소득세법 개정 이후 대동소이한 수준에 머물렀던 탓에 현재까지 16년여에 이르는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 소득세 납세자는 소득수준(과표 기준)에 따라 ▦과표 1,200만원 이하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35% ▦3억원 초과 38%의 누진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

올해 7월의 소비자물가는 1997년 1월에 비해 무려 64%나 올라 있는 상태. 물가가 오르면 납세자의 명목소득도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오르는데 그에 맞춰 과표 구간도 현실화(상향조정)하지 않으면 세금을 더 물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납세자들의 반발을 감수하는 세율인상을 단행하지 않고도 슬그머니 증세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박 장관은 이 같은 부당한 세부담을 정상화하자는 차원에서 과표구간 상향조정 방침을 밝혔으나 결국 현실적인 벽 앞에서 주저하고 말았다. 조세연구원의 비공개분석에 따르면 1997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과표에 전면 반영해 상향조정하면 5조~6조원가량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나라살림을 꾸려야 하는 박 장관으로서는 결국 정부 입법으로 과표조정을 하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는 8일 국회에서 박 장관으로부터 세법 개정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소득세 과세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고 국회 심의에 대비해 정부가 대안을 조속히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대안을 바탕으로 직접 과표조정을 포함한 소득세법개정안을 이르면 정기국회 중에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이 소득세의 ▦과표 상향조정 ▦세율인상 ▦각종 공제제도 전면개편 등을 골자로 입법안을 준비 중이다.



나 부의장은 현재 5개 구간인 소득세 과표구간을 4개 구간으로 간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재 과표 구간별로 6~38%인 소득세 일반세율을 10~40%나 8~40% 등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도록 법률 근거를 명시하는 작업도 슬그머니 뒤로 미뤄졌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갖고 "종교인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납세의무가 있다는 원칙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성직자에게) 과세가 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현재도 성직자들에게 충분히 과세할 수는 있다. 현행 소득세법이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특례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세무서들은 종교단체들의 회계가 불투명해 소득파악이 쉽지 않고 성직자의 80~90%는 어차피 워낙 형편이 어려워 면세 대상이라는 점 등을 들어 관행적으로 과세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성직자가 스스로 자신의 소득을 신고하는 경우에만 세금이 부과되는 등 성실납세자가 역차별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성직자 과세에 대해) 종교계와 좀더 협의해서 대통령령(소득세법 시행령)에 기술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연구하겠다"며 연말께 입법추진의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종교계의 표심 눈치를 봐야 하는 여권의 입장을 볼 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이밖에도 박 장관은 올해 세제개편에서 대대적인 비과세ㆍ감면제도 폐지ㆍ축소 방침을 여러 차례 천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평년 수준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올해 일몰되는 각종 비과세ㆍ감면 100여개 중 24개 정도만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근래에는 매년 일몰 예정 비과세ㆍ감면항목의 4분의1 정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왔다"며 "올해 실적도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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