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관과 외국인들의 채권 편식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3.59%로 마감됐다. 지난 4월말(3.77%)에 비해 한 달여 만에 0.18%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국고채 10년물 역시 이날 0.06%포인트 내린 4.22%로 마감, 4월말(4.48%)과 비교해 0.26%포인트 떨어졌다. 실물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채권 가격 부담이 작지 않음에도 대기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채권시장 금리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코스피지수가 하루 사이에 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채권의 매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조정 장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경기회복에 대한 걱정도 번지며 연ㆍ기금이 주식을 늘리기보다는 채권을 주로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 역시 지난 한 달간 국내 증권 시장에서 주식은 내다 판 반면 채권은 사들여 대조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5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한달간 상장 주식을 모두 2조8,222억원어치 순매도 한 가운데서도 채권은 2조6,504억원 사들였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유럽계가 주도했다. 지난 4월 8,723억원을 순매수 했던 영국은 지난 5월 2조2,37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지난달 각각 6,244억원 2,044억원의 매도 우위로 돌아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불안감에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까지 나타나며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채권의 경우 올 3월 9,960억원, 4월 1조1,306억원, 5월 2조6,504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며 5월 말 현재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고가 78조7,825억원에 달하고 있다. 5월 중 한국채권을 특히 많이 사들인 나라는 룩셈부르크(7,175억원)와 미국(6,977억원), 말레이시아(5,700억원), 중국(3,250억원) 순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월 829억원의 국내 채권 순투자를 기록한 뒤 4월 3,790억원에 이어 5월에는 더 큰 규모로 사들였고 중국은 2009년 7월 이후 23개월 연속 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외국인들이 환율 하락과 안정적인 수익률 기대로 채권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관과 외국인 모두 국내채권 매수에 나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채권시장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연구원은 “그리스 등 유럽 위기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적완화가 끝나고 난 뒤인 7월까지는 채권시장 강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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