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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입찰 들러리 내세워 조직적 담합

전방위 담합비리 얼룩… 악취나는 4대강<br>검찰, 11개 대형 건설사 전·현직 임원 22명 기소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조직적 담합 비리로 얼룩진 사실이 확인됐다. 대형 건설사들은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가격 조작까지 벌이는 등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4대강 공사 입찰 과정에서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적어내는 가격)를 담합한 혐의로 대형 건설업체 11곳의 전ㆍ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대상 업체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사 '빅(big) 5'와 SK건설까지 상위 6개 건설사를 포함해 포스코건설ㆍ현대산업개발 등이다. 삼성중공업과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 3곳은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담합 가담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대표이사 급으로는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이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각 건설사의 토목사업 또는 영업 본부 등 전ㆍ현직 임원 20명도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8년 12월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발표하자 곧바로 담합 모의에 착수해 2009년 1월부터 9월까지 낙동강과 한강, 금강 등 14개 보 공사 입찰에서 수주 '나눠먹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동안 의혹 수준이었던 낙동강과 영주 등의 둑과 댐 3곳에 대한 입찰 담합도 공소 사실로 드러났다.

상위 6개 건설사는 정부 발표 바로 뒤 막후 협상을 통해 서로 경쟁 없이 공사 물량을 나눠 가지자는 데 합의하고 다른 건설사들까지 끌어모아 2009년 4월 19개 건설사 모임을 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포스코와 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 8개사에 14공구를 배분했다. 업체들은 여기서 턴키(일괄수주) 공사에 관한 각 사의 지분율을 '짬짜미'했다.



담합에는 들러리 설계 방식이 동원됐다. 응찰에 참여한 들러리 업체들이 일부러 완성도가 떨어지는 엉터리 설계, 속칭 'B설계'를 하게 하고 투찰가는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써주는 방식이다. B설계에는 보를 설계할 능력이 부족한 설계업체들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에 지급된 설계 보상비는 총 293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래 턴키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을 위해 국고로 설계 비용을 보전해주는 보상비 거액이 담합으로 낭비된 셈이다. 들러리 업체들은 B설계를 할 때 설계 보상비 안에서 설계 용역비를 지급하고 각종 측량과 조사를 생략하는 등 비용을 줄이려는 꼼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들러리 업체들은 최종 인쇄돼 제본까지 마무리한 설계도 곳곳에 종이를 땜질해 수정하는 속칭 '따붙이기'수법을 써 입찰 시 일부러 낮은 설계 점수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구조화된 담합 관행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특히 상위 6개 건설사는 지난 2007년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 입찰 담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똑같은 수법을 써 4대강 공사 입찰 담합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받은 건설사 관계자 상당수가 '대형 건설사는 담합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당장 현금을 손에 넣는 등 이익이 있어 담합 유혹이 강렬하다'고 말했다"며 "담합의 근본적 원인을 없애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다른 턴키 공사의 입찰 담합 등 기타 범죄 혐의는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입찰 탈락 업체가 받은 설계보상비 등을 환수하도록 발주처인 지방국토청이나 수자원공사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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