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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 1식(識)]<92> '네 돈은 내 돈, 내 돈도 내 돈'


얼마 전 국회 상임위원장과 특위 위원장들의 활동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위원장에게 지급되는 월 600만원 상당의 활동비가 과연 적절한 금액이냐의 문제였습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위원장 당시 자신에게 지급된 9000만원 가량의 활동비를 반납했습니다. 위원장으로서 크게 일한 것도 없는데 나라의 돈을 받는다는 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한편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무작정 위원장들의 활동비를 규제하는 것은 특위 업무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대통령과 각 부처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창조경제 특위의 경우 수시로 모이는 데다가 사안의 성격도 중요한 경우가 많아, ‘활동비’가 꼭 위원장 개인 경비로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교 과대표나 학생회장 등에게 지급되는 경비도 그의 개인적인 품위 유지비 명목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사람 만나고, 부탁하고, 또 그들을 설득하면서 ‘단합’에 힘쓰라는 기관 차원의 주문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따지고 보면 국회 상임위와 특위의 위원장 활동비도 꼭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직자들의 활동비나 업무 경비에는 절절한 역사(?)가 있습니다. 부인에게 사 줄 생일 선물을 ‘마법의 카드’인 활동비로 긁는가 하면 몇 시가 지나면 쓸 수 없는 규정을 어기고 장소가 의심스러운 곳에서 사용한 이야기들도 전해집니다. 일을 저지른 사람은 당장 부서장 입장에서, 또는 리더 입장에서 부하들을 격려하기 위해 ‘좋은 데’ 한번 갔다고 둘러 댑니다. 그러나 훗날 ‘큰 사람’이 되려고 꿈꾸는 단계에서 청문회나 국정감사 같은 상황을 당할 때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잘할 걸’하고 후회를 하거나 ‘과거의 잘못은 반성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변명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 당시 본인은 ‘네 돈은 내 돈, 내 돈도 내 돈’ 마인드로 살았으니까요. 공적인 활동경비도 일종의 권한이자 재량권으로 인식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 공, 사 구별을 희미하게 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겁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김영란법이 나왔습니다. 제대로 정착된다면 일본처럼 ‘네 돈은 네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 될 가능성이 크겠죠.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한 변화이나 여유 있게 살았던 과거의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변화 관리에는 성역이 없다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끝난 중국의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술 한잔, 밥 한끼 얻어먹으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알라고 주문했답니다. 부패의 시작이 대단한 데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내 것과 네 것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의 가슴을 덮쳐올 수 있습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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