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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의 여느생각]세월호 참사, 국가와 지도자란 무엇인가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대통령은 사고현장으로 내려갔고 그 곳에서 실종자 수색상황, 구조작전 계획 등을 보고 받은 뒤 현장 지휘소를 마련하여 관계 공무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구조를 포함한 사후 수습을 빈틈없이 할 것,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거나 잘못하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 그러나 희생자 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더 크고 강렬해져만 갔다. 대통령이 꼼꼼하게 현장에 필요한 명령을 하고 공무원들에게 엄포까지 놓았는데 왜 우리의 원망과 분노는 잦아들지 않고 더 커져만 가는 걸까?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화재 현장에서의 지도자는 소방대원이 목숨을 걸고 불속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조하도록 지휘해야 한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의 우두머리는 병사들이 죽음과 부상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소방관이 불이 두렵지 않고,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잃더라도 위험 속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장에서의 병사는 목숨을 바쳐 승리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목표이자 그들이 그 곳에 있는 이유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다. 국민은 국가의 의무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세금을 내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등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게 된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육해공군 병력과 경찰을 비롯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인명을 구조했어야 한다. 아무리 조류가 빠르고 인명구조가 위험한 시점이라 하더라도 죽음 앞에 맞닥뜨린 300여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최선을 다해 구조를 시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은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에도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고, 그런 믿음이 있어야 국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국민의 생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절박함과 절실함이 있었을까. 만약 침몰하는 배 안에 자신의 가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지는 않았을까.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까. 허망하고 참담함에 슬픈 되물음만 나온다.



세월호 참사 후 대통령이 진도를 다녀가고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뒤늦은 책임을 인정하며 눈물을 보였음에도 분노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보며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분명한 것은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어려움을 정면으로 부딪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본인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지도자가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희생자는 내 이웃일 수 있고, 내 가족일 수 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그들을 우리가 손 내밀어 잡아주고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책임감 없는 지도자를 가진, 결국 국민에게 되돌아온 국민의 아픈 책임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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