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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여전히 이방인인 재일조선인 2세

■언어의 감옥에서(서경식 지음, 돌베개 펴냄)


"구 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원래는 모어여야 할 언어(조선어)를 이미 박탈당하고 과거 종주국의 언어를 모어로 해서 자라났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일본어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일본어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일본어라는 '언어의 벽'에 갇힌 수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본문 중에서)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민족주의와 국민주의 등 민감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뤄온 재일조선지식인인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학 교수가 5년 만에 두 번째 평론집을 내놓았다. 최근 일본 대지진과 일본 역사 교과서 파문 등으로 한일 양국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가는 시점에 출간된 이 책에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는 언어 내셔널리즘을 비롯해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방인일수 밖에 없는 재일조선인의 초상, 식민지 지배의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양비론으로 일관했던 일본 지성계와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 등을 담았다. 저자는 모어와 모국어가 일치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혼란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모어의 폭력'을 실감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언어 내셔널리즘이 지배적인 곳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모어와 모국어가 같은 사람이 다수이고 자국어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자국민과 외국인을 구별하는 경계선이 되곤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모어와 모국어가 일치하지 않은 자신 같은 사람들은 단순히 의사소통 문제를 뛰어넘는 정체성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는 모어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의해 힘으로 덧씌워진 '덫'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며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어 내셔널리즘이 만들어낸 '모어=국어'라는 공식을 깰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언어가 나와 너를 가르는 기준이 아닌 또 다른 공동체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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