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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받은 재벌가 후계자들

■ 오너경영 다시 주목 받는다

가족이라 사장되는 건 옛말

家業 잇기위해 피나는 노력


독일의 화학기업 '머크'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려면 일반 직원들과 똑같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사회생활을 머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바깥에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며 머크 일가 대표 10명으로 구성된 '가족위원회'에서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도 국내 재벌가에서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지만 최근 재계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2~4세 경영인들은 점차 글로벌 장수기업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일가가 경영하는 회사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지난 1990년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하기 전까지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커리어를 쌓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씨 역시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효성의 3세 경영인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각각 일본 미쓰비시상사,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솔그룹 4세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한 전직 컨설턴트다.

최근 금호그룹에서 여성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사회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 재계 후계자 후보들도 외부에서 경영능력을 시험 받았다. 아버지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뜻대로 여느 GS칼텍스 신입사원들처럼 주유원 생활을 했던 허윤홍 현 GS건설 상무도 눈길을 끄는 사례다.



오너 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999년 입사해 현대차 구매실장, 영업지원사업부 부장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후에야 그룹 안팎에서 후계자 자격을 인정받았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2006년 기아차로 영입하고 '호랑이코 그릴' 등을 과감히 적용시킨 공이 컸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지난 1년간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 들어서만 전 세계 기내 면세점 1위 업체인 미국 '디패스'를 인수하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는 등 재계에서 가장 활약이 뚜렷한 경영인으로 꼽힌다.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는 한화그룹의 신성장 사업인 태양광 부문을 이끌며 성과를 쌓고 있다. 그는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통합을 지휘해 전 세계 1위 태양광 기업(셀 생산량 기준)으로 도약시켰다.

한 대기업 임원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예전처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물려받기는 어려워졌다"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순간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피나게 노력하는 재벌가 자제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이재용·이부진 남매는 담당 사업 실무자도 놀랄 만큼 개별 사업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그런 디테일한 성격 덕분에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재벌가 자제 대접에 익숙해진 이들 중에는 여전히 '감수성'이 일반인들과 남달라 지탄을 받는 사례도 있다. 재벌가 오너의 딸 A씨와 함께 근무했던 B사의 김모 과장은 "상사의 사소한 지적을 참지 못해 윗선의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A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사측이 오너 일가를 지나치게 깍듯이 모시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한 사원은 "수년 전 오너의 아들이 입사한 해에만 신입 연수 행사의 장거리 행군 프로그램이 없어졌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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