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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자필 보고서, 삼성 일류 만들겠다는 '뼈저린 각오' 담겨

"경쟁사에 없는 결점이 삼성에는 드러나… 무엇이 다른지 찾겠다"<br>개관 1돌 맞은 삼성 이노베이션뮤지엄 가보니<br>외환위기 당시 휴대폰 개발자 '할수있다'는 숨은 비화도 공개

권오현 부회장이 개발팀장 시절 쓴 자필 보고서.


"SST(삼성반도체통신)에서 보이는 결함(failure mode)이 T사(경쟁업체)의 옛 버전 파트에서는 발견됐지만 신버전에서는 보이지 않음…(중략)…T사에서는 무엇이 다른지 관찰해 보려함…(이하 생략)."

D램 개발팀장이던 지난 1988년 당시 권오현(사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보고서에는 뼈저린 반성이 담겨 있는 각오를 한다.

자필로 쓴 반도체 보고서에서 권 부회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나타나 있는 결점이 왜 경쟁업체에서는 없는지를 'T'사로 명칭된 경쟁사의 메모리 성능에 대한 분석과 함께 담았다.

권 부회장은 단순히 삼성의 기술적 결함을 나열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개선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몇 차례에 걸쳐 드러냈다.

그의 이런 보고서는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개발자들의 눈물과 땀이 얼마나 담겨 있었는지를 새삼스럽게 알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가 그간의 발자취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수원 본사에 세운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 21일로 개관 1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개발을 말하다'라는 주제를 내건 것은 갤럭시S6 개발 등과 맞물려 삼성 개발자들의 공이 얼마나 큰지를 되새기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실제로 오는 6월19일까지 열리는 SIM 특별전은 1970년대 무(無)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전자산업을 일으켜 반도체·휴대폰·가전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일등공신인 개발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전시관에는 1990년대, 2000년대 삼성 개발자들의 사무실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한 개발자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새겨놓은 삼성전자 휴대폰의 회로기판도 전시됐다. 삼성전자가 1998년 10월 출시한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인 'SCH-800 모델'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회사 발전의 혁신적 선도자 역할을 해온 개발자의 땀과 노력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977년 삼성전자의 한 개발자가 미국 가전업체 RCA의 대만 TV 공장을 견학하고 쓴 보고서에는 개발자들의 고민과 성공을 위한 절박함이 세부적으로 드러나 있다.

"(TV를) 컴퓨터로 검사·조립하며 생산된 제품은 투명 상자에 넣어서 4시간 동안 에이징(안정화) 공정을 거친 후 합격하면 포장함."

국내 TV 산업이 걸음마를 떼던 당시 선진 기술을 익히고자 해외 출장을 떠난 이 개발자의 일정표는 대만과 일본의 공장 견학계획으로 빽빽하다. 지금은 빛이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채 SIM에서 세계 1위를 자부하는 이 회사의 최신 TV들과 나란히 놓여 있다.

지난해 4월21일 과학의 날에 5층 1만950㎡ 규모로 문을 연 SIM은 지난 1년간 총 6만6,000여명이 다녀가며 삼성전자와 일반인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 외국인도 1만6,000명에 이른다. 지난 1년간 다녀간 해외 VIP는 물라투 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총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공공기관이나 각종 단체 등으로 관람자격을 제한했던 이전 홍보관과는 달리 SIM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역사는 물론 세계 전자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SIM에서는 이 밖에도 전자산업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SIM아카데미와 커뮤니티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연간 80회 규모로 운영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참여 인원은 2,000명에 이른다. 특히 어린이 관람객이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변신해 전자산업의 핵심 키워드를 연구하는 어린이연구소와 자유학기제 도입에 발맞춰 기획된 청소년 이노베이션 워크숍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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