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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하철과 택시, 세금

권홍우 <경제부차장>

아깝다. 돈이 새어나가는 것 같다. 출퇴근 길, 전철을 내릴 때마다 퍼센트(%)의 위력이 실감난다. 1호선 창동역과 종각까지 운임이 900원. 이전의 700원보다 28.5% 올랐다. 교통카드 잔액이 줄어드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현금 운임(1,000원) 기준 인상률은 42.8%다. 요금이 오른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적응이 쉽지 않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했다’는 느낌만 강해진다. 어제도 저녁자리가 늦어져 택시에 몸을 실었다. 심야할증이 붙어 1만2,000원. 금요일 밤처럼 차 잡기가 어려울 때는 요금이 훨씬 더 나온다. 그럼에도 택시비가 많아 억울하다는 생각은 별로 못해봤다. 택시 요금의 10분의1도 안되는 지하철 요금이 왜 부담스럽게 다가올까. 일상이기 때문이다. 전철을 이용하는 빈도는 택시와 비할 바가 아니다. 무대를 부동산으로 옮겨보자. 강남의 땅부자ㆍ집부자들은 요즘 세금 때문에 걱정이다. 눈만 뜨면 보유세와 양도세를 중과세한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일부 과장보도 탓도 있지만 세금이 많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세금 인상의 명분과 취지? 온당하다.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그렇다. 가진 자는 덜 가진 자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있다. 정부의 방침대로 세금이 올라도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인상폭과 체감온도다. 상한선을 둔다고 하지만 한꺼번에 50% 인상은 과하다. 수십억원 부자가 세금 몇 백만원에 절절맨다는 비난도 부당하다. 고정된 부동산 자산에 비해 세금납부는 연례적이다. 빈도가 높다. 아무리 부자라도 올랐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전철 요금 몇 백원이 부담으로 여겨지는 입장에서 세금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부자든 아니든 부담 증가에는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짜증과 불만이 쌓이면 분노가 된다. 분노는 판을 깰 수도 있다. 단순한 조세저항의 차원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가 많아지는 세상이다. 이정우 위원장은 1일에도 ‘양도세 중과 강행’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공감하지만 대상자들의 체감온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일상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개혁이 성공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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