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김씨가 간첩사건 연루자라는 정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초 김씨 자살 기도 현장 채증을 안 했다고 했다가 다시 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사건 현장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호텔 객실은 말끔하게 치워져 자살 기도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으며 일반인의 출입도 통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간첩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정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앞서 5일 정오께 김씨는 자신을 조사하던 검사에게 자살 암시 문자를 보냈고 검사는 당일 12시50분께 '자살 의심자를 찾아달라'는 112 신고를 해 경찰은 당일 오후6시10분께까지 김씨를 찾다가 수색에 실패했다.
경찰이 김씨를 찾게 된 것은 이와는 별도로 호텔 측의 신고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5일 호텔 종업원의 112 신고를 받고 당일 오후6시14분에 호텔에 도착해 오른쪽 목에 상처를 입고 객실 침대 옆에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이후 경찰은 6시19분께 119에 응급환자 후송을 요청해 김씨는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경찰이 오후7시20분께 신분증 등을 확인한 결과 김씨가 검찰이 자살 의심자로 신고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곧바로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오후9시께 검사가 처음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에 들러 증거물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경찰은 오후9시40분께부터 현장 감식을 해 김씨가 객실 벽에 피로 쓴 '국정원' 글씨 등을 촬영하는 등 현장 채증 작업을 마쳤다. 채증을 마친 경찰은 호텔 주인에게 객실을 치우라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김씨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채증 이후 사건을 접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검찰은 112에 신고할 때 단순히 자살이 의심되니 찾아달라고만 했지 간첩사건에 관련된 사람이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초 '현장 채증은 없었다'고 했다가 증거인멸 의혹이 일자 뒤늦게 현장을 채증한 사실을 공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번 사건과 국정원이 연루된 것을 알고 심적 부담을 느꼈다가 경찰 책임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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