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창의교육리소스] <2> 창의교육리소스, 허브가 없다

"국가 전체 아우르는 창의교육 정보 시스템 구축해야"<br>체계적 자료 수집·보급 안돼 교사들 교육현장 적용 어려움<br>교육 목표·방향 명확히 설정 정보공유·교수법 개발등 시급

많은 교사들은 창의교육 활성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 확보난을 꼽는다.

창의 리소스는 다양한 교육현장에 적용돼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만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

창의교육에서 우수한 창의 리소스와 새로운 교수법은 빛과 소금 같은 존재다. 이들의 뒷받침 없이는 창의교육도 공염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내에 어떤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이 개발 또는 도입됐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수집ㆍ관리ㆍ보급하는 허브가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교육자들이 창의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실천하지는 못하는 이유로 이 같은 점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교육계를 중심으로 창의교육이 교육현장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창의 리소스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창의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도, 배울 곳도 없습니다." 서울 동작구 대림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가 내뱉은 이 말은 국내 창의교육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교사는 "교육계 종사자라면 초ㆍ중ㆍ고교와 대학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창의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인 창의교육 방법을 물으면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인천 G중학교의 생물담당 P교사도 "창의교육에 대한 사항은 상급기관에 문의해도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다"며 "막연히 인터넷을 뒤지거나 주변 교사 탐문, 창의성 관련서적 탐독 정도가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설명했다. 창의교육을 하려고 해도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말해 교육에 활용할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을 확보할 수 없어 교과서 중심의 일방적인 지식전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창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교육을 주관해야 할 일선 교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일부 교사만 겪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가 접촉한 전국의 초ㆍ중ㆍ고교 교사 30여명 대부분이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피력했다. 이들의 과반수가 수석교사ㆍ과학부장ㆍ교육연구부장 등 창의교육의 일선에 있거나 발명 동아리 등을 이끌며 창의교육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교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소수 교사들의 볼멘소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한국창의공학연구원이 국내 5,199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창의교육의 필요성은 유효 응답자 923개교 중 94.7%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를 52.2%가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알지 못해서'라고 응답한 것이다. 창의 리소스 확산의 구조적 한계 일선 교사들이 느끼는 이 같은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창의 리소스의 양적 부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심각한 구조적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존하는 창의 리소스들에 대한 통합적 정보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창의인재 육성이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국내에도 이미 상당량의 창의 리소스가 개발돼 있다. 창의교육에 관심이 많은 초ㆍ중ㆍ고 교사, 대학 교수 및 연구소, 사설 교육기관 등에 의해서다. 이들이 발품을 팔아 확보한 해외 창의 리소스도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각 시도 교육청과 교수학습지원센터ㆍ교육과학연구원과 각급 영재교육기관들도 창의성 교수 및 학습자료를 꾸준히 개발해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자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온라인 콘텐츠 등까지 포함하면 부족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창의 리소스의 체계적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교육행정 담당자들이 개별적으로 정보수집을 할 뿐 국내 창의 리소스 현황을 체계적으로 수집, 자료화하는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국내 창의 리소스들은 개발자나 보유자 주변에서만 맴돌기 일쑤다. 설령 세계적 수준의 창의 리소스가 개발되더라도 당사자 외에는 존재를 확인하기조차 힘들다는 얘기다. 이상우 대전 동문초교 교사는 "새로운 창의 리소스 개발과 더불어 기존 창의 리소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 데이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선 교사 입장에서는 이것이 더 시급하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창의교육을 실천하려면 교사들이 직접 나서야만 하는 형편이다. 스스로 창의 리소스를 개발하거나 해외로 나가 구해와야 한다는 것. 게다가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대개 교사 개인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발명 및 창의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2년 전 녹조근정훈장을 받은 박인수 서울 아주중 교사도 "국내 자료에는 한계가 있어 틈틈이 외국을 다니며 필요한 창의 리소스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교사들이 창의교육을 '나보다 뛰어난 특별한 교사'들이나 하는 일로 여기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창의 리소스 허브 구축해야 이 같은 창의 리소스 정보 부재와 그에 따른 공유 루트 차단은 국내에서 운용되는 창의 리소스의 신뢰성을 저하시킨다는 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 창의 리소스는 가급적 많은 교육현장에 적용돼 다각적인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만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국내 환경에서는 이것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의교육을 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선도적 교사들과 교수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의 창의 리소스를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 보성고등학교의 창의력 계발교실 지도교사로 각종 창의력대회와 발명대회를 휩쓸며 보성고를 창의과학교육의 명문으로 부상시킨 정호근 교사도 그 중 한 사람. 정 교사는 "검증되지 않은 창의 리소스로는 제대로 된 창의교육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적용사례도 적고 개발자의 말 외에는 객관적 데이터도 없는 국내 창의 리소스에 신뢰를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새로운 창의 리소스 개발과 더불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의 리소스 허브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허브를 통해 창의 리소스 정보를 제공해 활발한 공유와 확산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의 창의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같은 허브를 설립, 운영해왔다. 지난 1985년 문을 연 미국 국립과학리소스센터(NSRC)와 2005년 개관한 영국의 국가과학교육센터(NSLC)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 이들은 각각 과학ㆍ수학 관련 창의 리소스 개발과 보급을 필두로 교수법, 교사연수 프로그램, 교육 커리큘럼 등을 제공하며 국가 창의교육 전반을 주도하는 창의인재의 인큐베이터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ㆍ학부모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게 창의성 교육을 해 사회문화 전체를 창의적으로 바꿔놓으며 창의성 기반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창의교육 목표와 방향 설정 중요 창의 리소스 허브 구축으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지대하다. 먼저 소수 영재 중심의 창의교육이 다수 일반학생들로 확대되는 단초가 마련된다. 그동안 적절한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을 구하지 못해 자포자기(?)했던 많은 교사들이 창의교육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 리소스 보급확대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지역과 환경에서 검증이 진행되면서 저급한 것은 도태되고 양질의 리소스만 선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별 교사들의 첨삭과 변형ㆍ진화가 이뤄져 창의 리소스의 다양성이 창출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창의 리소스 개발에 불필요한 중복투자와 과잉투자가 최소화돼 사회적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창의 리소스를 접촉할 기회가 적은 중소도시 및 도서ㆍ산간지역의 창의교육 품질을 높일 수도 있다. 거주지역에 따른 학생들의 기회 박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6월 설립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의리소스센터(CRC)는 국내 창의교육이 한 단계 도약할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NSRC나 NSLC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창의 리소스의 허브를 표방하고 있어 향후 행보에 교사들과 창의교육 전문가들이 거는 기대감이 크다. 황욱 한국창의력교육협회 회장은 "CRC가 궁극적으로 창의 리소스 확산의 허브이자 창의교육의 커뮤니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의 선결과제로서 창의성의 개념정립과 창의교육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창의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결정돼야 그에 맞는 창의 리소스와 교수법도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공대 교수인 백윤수 창의공학연구원 원장 역시 "우리의 시간적ㆍ공간적 상황에 맞는 창의성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창의교육의 시발점"이라며 "이후 교육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분야별·영역별 목표와 세부 방법론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