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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신용등급 강등] "예고된 수순" 글로벌시장 차분… 日 재정건전화 계기 될수도

눈덩이 국가부채·3월 대지진에 정치권 분열까지 겹쳐 禍자초 <BR>글로벌시장 엔화 신뢰도 여전, 주식·채권에 큰 타격은 없을듯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23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9년 만에 하향 조정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일본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로 재정전망이 더 악화되고 정치권이 분열양상을 보이면서 일관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자 무디스는 5월 말 예고했던 대로 일본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단계 내렸다. Aa3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중 4번째에 해당한다. 다만 이번 등급 강등은 이미 예고됐던 이벤트라는 점에서 일본 및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등급 강등과 관련, 일본 정치권이 재정건전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에서 "대규모 재정적자와 막대한 부채, 극히 낮은 경제성장률이 신용등급 조정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무디스는 "대지진과 원전 폐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일본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2002년 일본의 신용등급을 6번째에 해당하는 A2까지 낮췄다가 이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2009년 5월 이후 3번째 등급인 Aa2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3월31일 일본 정치권의 부채 해결 의지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무디스는 이날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물론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산하 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산하 은행 등의 신용등급도 한단계씩 하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3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99.5%), 프랑스(87.6%), 영국(83.0%) 등 선진국은 물론 구제금융을 두차례나 받은 그리스(136.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3월 대지진으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일본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또한 대규모 복구비용과 원전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 산업 동력 약화 등도 일본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난국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가 약하다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목표 아래 소비세 인상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5년 동안 총리의 평균 임기가 1년도 안 되는 등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정책의 일관성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진 후유증과 급격한 엔고로 일본경제가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현재 일본 정치권은 간 나오토 총리의 퇴진과 후임 총리 선출 문제에만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일본 엔화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매우 높고 일본 국채의 95%를 일본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주식ㆍ채권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 때문에 무디스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하향 조정했지만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 등급 조정을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이벤트로 분석하기도 했다. 오시마 가즈타카 라쿠텐투신투자고문 사장은 "무디스의 등급 강등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 그다지 놀랍지 않고 시장 반응도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엔고가 진정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재정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정부가 재정재건책과 관련해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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