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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치는 금융당국
입력2003-02-26 00:00:00
수정
2003.02.26 00:00:00
“동부가 아남반도체 주식을 내다 판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동안 쉬쉬하던 금융감독원이 왜 갑자기 특별검사다 뭐다 해서 호들갑을 떠는 겁니까. 검찰이 나서니까 면피하자는 겁니까.”
26일 오전 기자에게 투자자라며 독자가 보내온 e메일은 온통 감독원과 동부그룹에 대한 원망과 비난으로 가득 찼다. 지난해 7월 동부가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주식을 샀다는 이 독자는 동부에 대한 당국의 제재 못지 않게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아남반도체 주가는 예상대로 동부의 주식매각 소식으로 전일 9.19% 하락한 데 이어 개장 직후부터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이 동부화재ㆍ생명에 대한 특별검사와 관련해 발표한 내용과 그 과정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제대로 시장을 감시하고 있는지에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감독원의 특별검사 발표시점에 맞춰 동부가 즉각 초과보유 주식매각 방침을 밝힌 것도 그렇고, 감독원이나 동부가 입을 맞춘 듯 지난해 7월 아남반도체 인수 당시에는 법 위반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은 더욱 석연찮다.
투자자들은 금감원이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과정에서 계열 금융회사가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사실을 몰랐다는 대목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하반기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내부거래 및 순환출자 의혹을 수차례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이 일자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동부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이 지난 이달 중순 다시 조사해보니 위법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이에 대해 신달수 보험검사국장은 “동부의 초과지분 소유 사실은 특별검사를 한 뒤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동부그룹은 아예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둘러댔다.
금감원의 해명처럼 동부의 법 위반 사실을 몰랐다면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 독자의 지적처럼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시장을 방치한 사이 애꿎은 `개미`들만 동부의 아남반도체 인수 후폭풍을 맞아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원칙과 투명을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에서는 개미들의 원성이 없어져야 한다.
<서정명기자(성장기업부)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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