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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학이야기] (5) 지구를 지키는 화학

수돗물 정수·토양오염도 막아<br>분뇨 처리장 냄새 제거는 물론<br>폐기물 재활용도 화학으로 척척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석유ㆍ석탄ㆍ가스 등의 화석연료다. 특히 석유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각종 소재 생산에도 사용된다. 물론 이 같은 소재 생산의 토대는 화학이다. 문제는 이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필연적으로 오염물질을 남기며 사용하고 남은 각종 화학소재 역시 폐기물 형태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폐기물 형태의 화학소재에 따른 지구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화학소재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화학은 양면의 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오염물질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 역시 화학이다. 각종 부유물질이나 미생물로부터 수돗물이나 먹는 물, 즉 생수를 정수하는 것도 화학이며 토양오염을 막는 것도 화학이 바탕이 된다. 인간이 생존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분뇨의 처리 역시 화학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엔드 오브 파이프(End of pipe) 개념으로 최종 생산물이 나오는 단계에서의 오염물질 감소가 핵심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생산공정 전반에 걸쳐 오염물질 발생을 억제하려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수돗물은 바로 먹는 것이 가능한 수준까지 정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최종 소비자까지 전달해주는 수도관의 노후 및 이에 따른 재(再)오염의 가능성으로 수돗물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도입되고 있는 분리 막 방식은 수돗물 속에 포함된 오염물질뿐만 아니라 대장균 등의 미생물까지 걸러낸다. 응집제나 염소 같은 약품의 주입 없이 막의 세공보다 큰 입자의 완전 제거가 가능해 양질의 수돗물 및 생수의 생산이 가능한 것. 물론 수돗물이나 생수의 정수과정 전체가 화학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핵심적인 분리막은 화학을 토대로 한다. 분뇨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의 냄새를 제거하는 것도 화학이다. 분뇨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의 주범은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스. 그런데 질소가스를 이용하면 황화수소를 제거할 수 있다. 이는 질소가스가 황화수소 내의 수소와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체의 생명활동을 모방하는 화학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인체는 거대한 화학공장에 비유될 만큼 생명활동 유지를 위한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화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상온ㆍ상압 조건에서의 화학반응. 인류 최대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나일론은 카프로락탐을 원료로 사용한다. 화학식이 'C6H11NO'인 카프로락탐을 대기압의 10배에 해당되는 10기압, 그리고 150도의 고온에서 반응시키면 고체 형태의 중합체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용해 나일론이 제조된다. 그런데 카프로락탐으로 나일론을 만드는 것은 탄소와 수소를 산화시키는 것, 즉 산화반응이 일어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10기압과 150도의 고온이 필요한 것. 인체의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 역시 산화반응에 해당된다. 만약 인체의 헤모글로빈처럼 상온ㆍ상압 상태에서 산화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손쉽게 나일론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폐기물 상태로 버려지는 화학소재를 재활용하는 자원순환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의 최명재 박사팀은 가전제품 포장재나 1회용 도시락, 건축 단열재 등과 같이 사용하고 버려지는 석유화학 소재 폐기물을 화학 처리해 새로운 화학소재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폴리스틸렌. 재활용 방법은 우선 부피가 큰 스티로폼을 녹여 단단하고 부피가 작은 덩어리(잉곳)로 만든다. 그런 다음 이를 다시 녹여 콩알 크기의 펠릿 형태로 만들어 화학소재로 공급하는 것. 이 화학소재는 욕실 미끄럼 방지 바닥재나 사진 액자틀 등에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최 박사팀은 300톤급 규모의 파일럿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데 약 1톤의 스티로폼 폐기물을 재처리하면 화학소재를 비롯해 에틸벤젠 등 석유화학제품을 최대 700㎏까지 생산할 수 있다. 최 박사는 "지구를 지키는 화학기술의 흐름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오염물질 발생이라는 매듭을 묶은 화학이 나서 그 매듭을 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제공=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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