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은행들에 대한 느슨한 스트레스테스트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했고 은행들의 자본확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스가 디폴트되면 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현상이 벌어질 공산이 큽니다." 찰스 킴벨(66ㆍ사진)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유로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폴트는 불가피하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전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난 2008년 가을처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상업어음거래가 중단되고 대내 및 대외자금 공급이 중단되는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킴벨 소장은 "유로존 국가들의 채무를 많이 안고 있는 유럽계 은행들은 자산과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으므로 한국도 국제자금조달 루트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킴벨 소장은 JP모건 등 월가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금융인이다. 특히 1987~1990년 일본에서 모건트러스트뱅크의 투자리서치 헤드로 활동했고 2006~2009년 중국 선전에 있는 보세라펀드의 수석컨설턴트로 활동해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뉴욕 국제금융센터에는 지난해에 합류했다. 그는 미국 경제도 고통스러운 저성장 국면이 지속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킴벨 소장은 "캐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며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리세션(recession)이라고 느낄 만큼 1~2%의 저성장 상태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은행권은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고 자본증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미 정부의 통화ㆍ재정정책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불행히도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오는 201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해도 제한적인 효과만 가질 뿐"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부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기업들은 현금을 움켜지고 있을 뿐 재고를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하려고 하지 않는 등 과거 일본이 같던 길을 따라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는 자산운용 분야가 가장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운용 성과가 명확히 나오기 때문에 실력이 있으면 시장진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대형 연기금이나 부호도 운용 성과만 좋으면 흑인이든 아시아인이든 운용자를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훈련받은 스마트한 인력을 갖춘다면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세계 4대 연기금에 포함되는 국민연금이 있다는 점도 자산운용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토대라고 언급했다. 반면 리스크가 큰 세일즈 앤 트레이드(sales&trade)나 진입장벽이 높고 네트워크가 중요시되는 투자금융(IB) 분야는 한국이 도전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킴벨 소장은 한국은 국제규범이 존중받는 국가라는 점에서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본은 약해지는 반면 경쟁상대인 중국 상하이 등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이 이를 정책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역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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