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착근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성 그 자체입니다. 향후 3~6개월이 지나야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이징대의 자칭궈(賈慶國ㆍ55)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김일성 북한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권력을 물려줄 때와 현재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환경은 천양지차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주석은 북한 내부적으로는 건국의 아버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었던데다 혁명 세대들이 김 위원장을 든든히 받쳐줬지만 지금의 김 부위원장은 주변 지지세력이 두텁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이렇다 할 업적이 없어 권력기반 자체가 취약하다는 게 자 부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김 부위원장이 출범 초기 취약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대내 결속용으로 3~6개월 내 도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과 한국 등은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 부원장은 "김 부위원장은 참담한 실패로 끝난 화폐개혁 등에 책임을 져야 하는 등 내부적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인물"이라며 "권력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해 측근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 김 부위원장 체제 지지를 즉각 선언한 것에 대해 자 부원장은 "중국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권력 승계를 통한 한반도 안정"이라며 "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는 김 부위원장 체제 안착을 위해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에 대해 "북한의 안정을 위해 기존처럼 혈맹 관계를 이어갈 것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김 부위원장의 권력 기반이 든든하지 않아 북한 내부 정권 자체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 부원장은 김정은 체제가 한반도에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확실성을 던져주고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계기도 내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는 자체 권력기반 미비로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일 수 있다"며 "한국ㆍ미국 등 이해 당사국들이 냉정하고 침착한 자세로 김정은 정권이 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고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생각하고 표출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맞이해 바람직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묻는 질문에 "김정은 체제가 현재로서는 불확실성 그 자체인 만큼 앞으로 가려고 하는 방향과 정책을 알아내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남북 간 교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햇볕정책이냐, 대북 압박정책이냐를 떠나 북한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남북 교류를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자 부원장은 강조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정은 체제가 일정 기반을 잡을 때까지 외부 세계로서는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냉정과 인내를 갖고 북한 내부의 불투명한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한 대처 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미국 정부도 김정은 체제가 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어떤 정책과 발언을 내놓는지를 예의주시하며 당분간 관망적 자세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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