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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영업을 개시할 KB저축은행의 이정호 대표(내정자)는 지난해 12월 말 느닷없이 동부저축은행을 찾았다. 명색이 대형 지주회사의 계열 금융회사인데 문도 열기 전에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찾아간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 이유는 단순했다.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대표에게 저축은행 경영에 관한 자문을 얻기 위해서다. 동부는 저축은행업계 우량사로 이름난 곳으로 벤치마킹 대상이며 김 대표만 한 '선생님'이 없었던 셈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12월 말께 동부저축은행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김 대표에게서 은행과 저축은행업계의 차이점에서부터 경영을 할 때 주의할 점, 하물며 금리구조 등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들었다.
이 대표는 대화 내용의 일부를 수첩에 꼼꼼히 적기도 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2.2%, 고정이하여신비율이 3.27%인 대표적인 업계의 우량사다. 금융감독원에서조차 "동부는 믿을 만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KB로서는 거대 금융지주사이지만 저축은행업을 다시 시작하는 만큼 경영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국민은행은 외환위기 이전 부국과 한성금고 등 7개의 상호신용금고(현 저축은행)를 갖고 있었고 주택은행도 주은ㆍ주은영동 등 2곳을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모두 문을 닫았다. 은행 계열이었지만 방만한 구조조정을 하다가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어 회장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가 리딩뱅크이기는 하지만 은행과 저축은행업계는 차이가 큰 만큼 우량사인 동부에 경영방법 등을 배우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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