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
입력2001-02-25 00:00:00
수정
2001.02.25 00:00:00
"과학기술도 게임, 2010년 세계 10위로"대담=최영규 정보통신부장 ykchoi@sed.co.kr
"여전히 햄(HAM) 하세요?" "그럼요."
호출부호 HL1BX 아마추어 무선국을 갖고 있는 서정욱(徐廷旭) 과학기술부 장관(67)은 과학과 함께 살아온 '영원한 과학기술인'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서 장관은 대학, 연구소 시절에 후배나 연구원들과 함께 1주일에 몇 번씩 상가를 찾았습니다. 새로 나온 미군통신장비를 보면 엄청난 호기심에 몇 시간씩 자리를 뜨지 못했죠"옛날 장사동 때부터 30년 넘게 전자부품상을 해온 어느 사장의 서장관에 대한 회고다.
서장관이 '전전자교환기(TDX)의 대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특히 SK텔레콤 사장 시절, CDM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도 바로 서장관의 과학사랑에서 비롯된 소산이다. 서 장관의 '과학사랑'은 1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원로 과학기술인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호구지책조차 막막한 시절, 대학의 강단을 지켜준 교수들이 있었기에 한국의 과학기술이 이만큼이라도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때는 안타깝다"는 서 장관은 원자력 발전에 기여한 과학기술자야 말로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숨은 공로자'라고 강조했다.
"최근 첨단 IT기업이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 단전사태는 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한 국내의 원자력분야 과학기술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과거 젊은 과학도들은 먼 이국 땅으로 유학길을 떠났어요. 화물선을 얻어 타고 몇 달씩이나 걸리는 고생스러운 길을 택한 것이죠. 이들에게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서 장관 역시, 60년대 미국에서 유학했다.
-올해 시무식때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환희"를 들려?는데 특별한 의미라도 있습니까.
▦21세기의 첫해인 올해, 투지와 열정으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의미도 있고 또 환희에 찬 한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환희는 서장관이 대학때부터 애창해온 곡으로 시무식 때 곡은 집접 녹음한 것임)
-장관께서는 올해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초미세기술(NT), 우주기술(ST) 등 이른바 '4T'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셀레라 제노믹스사에서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이후 전세계가 단백질 등 응용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유전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기부는 올해를 '생명공학의 해'로 선포하고 포스트 게놈 프로젝트에 3,238억원을 투입, 'B-코리아'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술수준을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 내로 끌어 올릴 것입니다.
또 테라급 반도체, 나노기억매체, 초미세 표면과학 등 나노기술(NT)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얼마 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우주센터'를 건설하기로 확정, 발표했습니다. 2005년이면 우리가 개발한 인공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쏘아올리게 됩니다.
과학기술부의 올해 사업계획은 산업자원부 등 타부처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 장관은 "중복이라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여러 부처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잘 된 일이다"고 잘라 말한다.
서 장관은 생명공학을 예를 들며 기초분야를 포함해서 의약ㆍ농축산ㆍ환경ㆍ수출 등 응용분야가 다양한데 이를 중복투자라고 한다면 한 부처가 모두 맡아서 하라는 뜻과 같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농림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지만 과기부가 조정 역할을 하면 생명공학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
특히 2년 전부터 제한된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과학기술 정책을 심의 조정 평가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중복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과기부가 제시하는 25년 후의 비전은 '장미빛'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한국의 기초과학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 장관은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갖고 있었다. "과학기술도 게임입니다. 2가지 형태의 경쟁이 있죠. 하나는 거리를 정해놓고 누가 더 빨리 뛰느냐, 다른 하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누가 더 많은 골을 넣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두 가지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서 장관은 ITㆍBTㆍNTㆍSTㆍET 분야 연구를 위해 발족한 '뉴 프론티어 사업'은 10년 후 해산한다는 '시한부'의 집중적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다할 수는 없다. 도전 가능한 분야를 선정, 집중 투자해야 한다.' 서 장관은 국내총생산 등 한국의 국력을 감안할 때 지금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적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인간게놈지도 분야에서는 6개국 컨소시엄인 HGP와 경쟁한 벤처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10분의 1 투자로 더 짧은 기간에 더 좋은 성과를 얻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는 것.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기민하게 대처할 경우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개발 투자비도 중요하지만 인력양성이 우선하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병행해야 합니다. 돈이 있는 기업으로 과학기술자들이 옮겨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부의 투자는 20%에 불과해 종묘와 같습니다. 산학연 협동을 강화하고 민간이 80%를 투자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입니다. 1석2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죠.
특히 기업-대학- 연구소를 연결하는 '3각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실제 과기부는 나노테크놀러지 사업단장으로 기업출신을 임명했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과학기술자에도 격이 있습니다. 질은 물론이고 격이 높아져야 합니다. 실크의 품질이 같더라도 이탈리아 넥타이가 한국산 보다 훨씬 비싼 것은 디자인의 품격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과학기술도 노벨상에 도전할 만한 품격의 교육과 연구개발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자 스스로도 품격과 도덕성을 갖춘 지식인이 돼야 합니다.
서 장관은 '무한 경쟁 속의 과학기술'임을 강조한다. 한국의 일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세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위나 논문 편수 등으로 평가하는 시대는 갔다. 서 장관은 과학기술자에 대한 평가를 국가 사회적 기여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 장관은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 구성원의 자질향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은 낡아져도 지혜는 새로울 수 있다"는 서 장관은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선배가 후배에게 연구비를 양보하고 자리까지 내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지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봄철의 모는 꼿꼿해야 하고 추수철의 벼는 고개를 숙여야 잘된 농사입니다." 선배들이 존경을 받는 언동을 할 때 한국의 과학기술문화가 창달된다는 의미다.
서 장관은 한국의 과학 기술자들도 '과학을 위한 과학'만을 고집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미국이 전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국부창출을 우선하는 실용적 과학기술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서장관은 지금의 경제수준에서는 민생을 위한 과학기술을 추구할 때라고 강조한다.
/정리=문병도기자 do@sed.co.kr 사진=김용근기자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