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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위기의 상호금융<하>

꽉 막힌 규제에 비조합원 상대 왜곡 영업

정책 지원 통해 '관계형 금융' 길 터줘야

조합원·자산은 늘어나는데 전방위 압박에 순익은 줄어

건전성 규제 강화도 좋지만 설립취지 되살릴 '틈' 줘야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불거졌다. 서민금융의 취지를 잊은 채 검증도 되지 않은 대형사업에 뭉칫돈을 굴리면서 부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업계 전체가 흔들렸다. 이 같은 풍경이 이제는 신협과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일반금융과는 다른 색채를 띤 상호금융 업계는 비영리법인으로서 조합원 간에 품앗이처럼 돈을 융통해주고 이익을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밀려드는 수신액을 운용할 방법이 별로 없다 보니 상호금융 업계는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과 여러 조합이 손을 잡고 큰돈을 빌려주는 공동대출, 권역 외 대출을 풀어줄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이 같은 사업들은 억제되고 있지만 만에 하나 빗장이 풀린다면 상호금융업계 전반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도, 상호금융도 출구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상호금융업계의 비조합원 대출은 66조원으로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농협이나 수협·산림조합 등 생산자조합의 경우 생산자는 아니지만 지역주민에게 자격을 주는 준조합원을 운영하는데 이들에 대한 대출 역시 60조원으로 전체의 27%에 이른다. 비조합원과 준조합원을 합하면 전체 대출의 44%인 순수 조합원 대출은 97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나마 신협과 산림조합은 신규 대출의 3분의1만, 농협은 2분의1만 비조합원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수협과 새마을금고는 이 같은 기준도 없는 형편이다.

거액의 여신을 주는 공동대출의 경우 규모와 함께 부실도 커지고 있다.

상호금융 업계에 동일인대출한도에 자기자본금에 따른 금액 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생긴 공동대출은 2개 이상의 상호금융조합이 같은 차주에게 같은 담보권을 설정하고 취급하기 때문에 큰 규모의 여신을 취급할 수 있다. 6월 기준 상호금융조합 공동대출 규모는 2012년 말의 3조3,334억원에서 올해 6월 기준 3조9,531억원으로 늘었고 연체율도 12.1%에서 13%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대출 연체율이 3%대에서 관리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권역 외 대출의 경우 강력한 규제로 현재 전체 여신의 4.8% 수준인 10조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일 상호금융이 조합원과 기반 지역 영업과 소액여신에만 집중한다면 리스크가 커질 일도 없고 만에 하나 한 조합이 무너져도 피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호금융권에서 규제개혁과 관련해 의견을 물어보면 늘 공동대출이나 비조합원, 권역 외 대출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런 규제를 완화하면 상호금융도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다를 바가 없어지는데 그럼 건전성 규제도 은행 수준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은 상호금융 설립취지로 돌아가 조합원과 지역 위주의 관계형 금융을 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규제가 관계형 금융을 할 만한 틈조차 주지 않는는 점이다.

정부는 전반적인 건전성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기조 아래 지난해부터 상호금융 업계의 건전성 분류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의 끈을 조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금감원 등 상호금융 관련 기관들이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에서 올 들어 나온 이야기들도 토지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80% 수준으로 하향한다는 것부터 예대율 관리강화 등 규제 일변도였다.

이 같은 전방위적 압박의 결과 상호금융 조합원과 자산은 늘어나는데 순이익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상호금융 업계 거래회원은 4,438만명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지만 순이익은 1만7,241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줄었고 수신 증가율은 4.5%로 전년의 9.9%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났다.

상호금융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상호금융업 대출규제에 따라 조만간 주택담보대출시 소득증빙을 느슨하게 하던 것을 강화한다고 들었다"며 "건전성 강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일정한 수입이 없는 사람은 돈을 융통할 길이 사라지므로 상호금융 업계가 진정한 관계형 금융을 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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