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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사설)
입력1997-02-19 00:00:00
수정
1997.02.19 00:00:00
한보사태로 정계 관계가 시끌벅적한 가운데 은행가에 인사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감독원의 특감을 받고 있는 조흥 제일 서울 외환 등 4개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은행이 이사회나 비상임이사회의 행장 추천을 끝내고 이달 하순 주주총회 선임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이번 은행 인사철에도 과거처럼 행장 내정과 관련, 뒷말과 구설이 무성한가하면 한편에서는 따뜻한 화제가 꽃피기도 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윤병철 행장이 3연임을 사양, 용퇴했다. 일부 주주들이 3연임을 권유했으나 후배들의 길을 막으면 안된다면서 사양했다는 후문이어서 더욱 훈훈하게 들린다.
그런가하면 대부분 은행장이 연임 추천되거나 3연임까지 내정되기도 했다. 은행장 연임 3연임에 대해 은행 안팎에서 고까운 시선이 없지 않은데 일부 은행장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연임을 추진함으로써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은행장 연임이 부당하거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보사태에서 나타났듯이 각종 외압과 간섭 등 어려운 환경속에서 경영 수완을 발휘, 경영을 잘해 그 공로가 인정되어 재선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행장이 구속되거나 불명예 퇴진이 속출되는 이상 풍토에서 흑자경영에 덕도 쌓아 거듭연임을 하게 되는 것은 아름답기도 하다. 또 주인있는 은행의 「주인」이 연임시키겠다는 데야 누가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연임·3연임에 고운 시선만 있는건 아니다.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행장자리를 지키기 위해 배경을 끌어들이고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등 정도를 벗어난 무리수를 놓기도 해서 뒷말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은행장은 한 임기, 길어야 두 임기가 여러모로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듯하다. 개방과 경쟁시대에 경영혁신이 필요한 때다. 선진국에서 보듯 경영기법과 정보력이 단기간에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는 격언을 새겨볼만 하다.
인사순환을 위해서도 그렇다. 은행처럼 인사 적체가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후진의 길을 터주는 의미도 결코 가볍지 않다. 하나은행의 경우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사적체 해소는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한보사건으로 가뜩이나 침울해진 은행 분위기 쇄신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자리에 길게 있다보면 끝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 금융가처럼 투서와 모함이 많은 곳도 드물다는 현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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