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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물가관리] <하> 인플레 잡기, 공짜는 없다

"금리만으론 한계… 환율카드 써야 하나" 딜레마에 빠진 정부<br>수요보다 공급요인 강해 금리인상 약발 안먹혀<br>"환율인하땐 수출 타격 경제근간 흔들" 주장 속<br>"1,000원대 초반까지는 용인해야" 목소리도



최근 물가 오름세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인상은 물론 원화절상(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때마침 30일 원ㆍ달러 환율 종가가 1,104원을 기록해 1,100원대로 내려감에 따라 1,000원대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저라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대신 환율을 선택하겠다"고 말해 환율 인하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올 들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점을 들어 급격한 환율하락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 환율마저 급격히 하락(원화절상)한다면 우리 수출이 흔들리고 이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하락 어디까지=일단 시장은 대체적으로 원ㆍ달러 하락 쪽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화 강세, 이머징 통화 약세'라는 기조에 큰 변화가 오기는 당장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연평균 환율을 1,08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연말로 갈수록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1,0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자금흐름 역시 환율 하락 쪽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머징에서 선진국으로 향했던 자금흐름이 최근 들어 다시 이머징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금리ㆍ환율 놓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금리와 환율 카드를 놓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정책만으로 물가 급등세를 잡지 못한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시각이다. 최근 물가상승 압력은 수요보다 외부악재에 의한 공급 측면의 요인이 강해 금리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지난 1월에 금리인상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금리정책만으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율하락을 용인하기는 더 쉽지 않은 입장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경제회복을 주도해온 수출에 문제가 생겨 경기가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경상수지 규모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1억달러, 11월 19억달러, 12월 21억달러에서 올 들어서는 1월 1억달러, 2월 11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정부가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데도 성장정책 때문에 환율정책조차 꺼내들지 못하는 고민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절상, 금리인상의 정책 믹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원화가 다소 강세로 가더라도 국내 기업들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의 원화강세 추세를 용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 연구위원은 "환율을 크게 낮춰 물가에 대응하는 방법은 수출 타격이 있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추세적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국이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물가압력에 대응하는 게 적정하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환율하락을 용인해 수입물가 인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해도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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